‘대구 화재’ 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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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난 불은 발생 후 20여분 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순식간에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밀폐된 구조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수성구 범어동 W빌딩 2층 203호에서 불이 난 것은 오전 10시 55분이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가 이날 오전 10시 53분 마스크를 쓰고 건물에 들어서는 CCTV 화면을 확보했다. 한 손에는 흰 천으로 덮은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든 상태였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 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치 의무화 전 건축 승인 탓
폐쇄적 복도 구조도 참사 요인
소방당국, 비상 통로 등 조사
오래된 건물에 구조까지 비슷
부산 연제구 법조타운 ‘불안감’

용의자를 포함한 이번 참사의 사망자 7명은 모두 한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용의자 시신 전반에 불에 탄 흔적이 명백해 분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 중 불이 난 지상 2층에는 5개 사무실이 있었다. 발화지점인 203호는 계단과 거리가 먼 곳에 있고, 폭발과 함께 짙은 연기가 치솟아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타운의 여타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사무실의 밀폐된 구조도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게다가 불이 난 건물은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의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해당 건물은 1995년 승인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또 각 층 사이 통로는 계단 하나와 엘리베이터 하나가 있지만 비교적 좁은 데다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복도 또한 폐쇄된 구조여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 연기 흡입 부상자도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건물 입주자와 방문자 중 일부는 건물 뒤편으로 난 비상계단에 매달려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옥상으로 피신하기 위해 아찔하게 외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직후 비상벨은 정상 작동했다고 한다”며 “건물 내 비상 통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었는지 등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화 용의자는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법조인들은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애도를 표하는 한편 불안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 연제구 법조타운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과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방화 용의자가 송사 사건의 상대방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부산 법조타운 역시 오래된 건물에 밀폐된 사무실 구조다”며 “대구와 같은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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