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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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1972~ )

해안가에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으니 파도를 불러 와

젖은 발자국을 만들고 어떤 마음은 사라질 때까지 걸어와

물속에 돌멩이 하나를 놓아두고 되돌아갔다 손으로 잡아

보지 못한 어떤 아름다운 것이 있었고 그것은 바다가 나

에게 주고 간 단 한 번의 물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래

사장에 감춰져 있을 여름의 모닥불과 겨울의 휘파람소리,

아주 멀리서 온 큰 파도가 바위와 부딪혀 포말이 일 때

그 속에서 달이 울고 있는 아기를 꺼내다 눈이 마주치고

사방으로 튀는 울음소리에 우리는 온몸이 젖었다

-문예지 2022 여름호 중에서

물속에 돌멩이 하나를 놓아두고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물속에는 ‘손으로 잡아보지 못한 어떤 아름다운 것’이 있어 사람들은 인적 없는 해안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되는 것일까. 늦깎이 이 신예 시인은 요즘 신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중얼거림 같은 시들 대신 사물과 풍경을 오래 응시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얻어냈다. 포말 속에서 달이 울고 있는 아기를 꺼내고 그 아기의 사방으로 튀는 울음소리에 독자들도 흠뻑 온몸이 젖는 기이한 경험을 선물한다. 그것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파도이기도 하고 언어로 만든 활유이기도 하다. 시의 가치가 극한의 이미지 창출에 있다면 이 시도 이미지 시의 한 지분을 차지해도 될듯.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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