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나토의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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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32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949년 발족한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의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참석하는 것이다. 한국은 2006년부터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로 참여했다.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처음으로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돼 참석한 바 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 비회원국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쿼드(일본·호주)와 쿼드에 포함시키려고 애쓰는 국가(한국·뉴질랜드) 일색인 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나토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는 러시아의 침공에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전쟁 발발 넉 달째를 맞아 우크라이나의 국토 20%가 러시아에 점령당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는 9150여 명, 군 전사자는 5500~1만 1000명, 피란민은 700만 명에 육박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3월 “나토 가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때는 아이러니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을 힘들게 하는 이 전쟁은 대체 무엇을 위해 시작했을까.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위기관리 능력만 갖췄다면 이런 비극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여를 두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좋아하거나, 김건희 여사가 동행할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는 아닌 것 같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미국 등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요청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러시아와는 적대국이 된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가 한국으로 튀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봐도 우린 감내할 수 있을까.

또한 아·태 4개국 정상 초청에는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엿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러시아·중국·북한 간 연대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올라간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골치 아픈 청구서만 받고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미국을 믿지 말고/소련에 속지 말고/일본을 잊지 말고/조선사람 조심해라.” 해방 후에 회자됐던 사행시는 지금도 유효하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오로지 국익을 생각해 달라고 당부한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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