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형 해양플랜트, 세관 지원으로 ‘진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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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를 목전에 두고 모호한 법 규정에 막혀 난항을 겪던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관리·감독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제때 건조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유식 원유·가스생산설비(FPU, Floating Production Unit) 이야기다.

FPU는 500m 이상 심해 유전개발에 투입되는 생산설비다. 생산된 원유나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이송한다. 보통 1기당 가격이 1조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설비다.


2만 2194t 달하는 생산설비
수심 15m 조선소 내항에선 불가
경남남부세관 적극 행정 도움
납기 내 선주사 인도 길 열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11월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 중 하나인 미국 셰브론사로부터 이 설비를 수주했다. 연말 납기를 목표로 진수 준비가 한창이었다. 진수는 완성된 선체를 처음 바다에 띄우는 작업이다. 건조 막바지 단계로 내부 마감 등 잔여 작업 후 시운전을 거쳐 선주사에 인도한다.

관건은 수심. 셰브론 FPU는 멕시코만 해양유전 개발계획인 ‘앵커 프로젝트’에 쓰일 대형 구조물이다. 폭 83.2m, 높이 53m에 총중량이 2만 2194t에 달한다. 진수를 위해선 최소 23m 깊이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거제 옥포조선소 내항 평균 수심은 15m 정도로 얕다.

공법을 고민하던 대우조선해양은 ‘자항선’을 이용해 외항으로 설비를 이동하기로 했다. 자항선은 고중량의 짐을 수송할 수 있는 특수선이다. 일종의 자력 운항이 가능한 바지선으로, 주로 외국에서 대형 블록을 싣고 올 때 투입된다.

그러나 현행법 탓에 이마저 여의찮았다. ‘국제무역선’인 자항선은 관세법 적용을 받는다. 이 법은 ‘국제무역선은 국내항에서 내국물품을 적재·수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옥포조선소 내에선 자항선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납기 지연 우려에 애를 태우던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경남남부세관에 도움을 청했다. 해당 법에는 ‘세관장의 허가를 받으면 내국물품을 국제무역선에 적재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작년 9월에도 이를 근거로 ‘액화천연가스 저장·환적설비(LNG-FSU)’ 화물창 블록을 자항선으로 옮겨 탑재했었다. 해당 블록은 20층 아파트 한 동 크기와 맞먹는 크기(길이 50m, 폭 60m, 무게 3500t)였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진수에 자항선을 활용한 전례는 없었다. 보세공장 생산 물품의 해상 이동과 진수 작업에 대한 허가 절차가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세관은 불개항장(국가 간 무역이 이뤄지지 않는 항구) 출입과 장외 작업 절차에 대한 유권해석과 ‘항내 정박장소 이동신고’ 제도를 토대로 자항선 사용을 허가했다.

조선소 안벽에 발이 묶였던 FPU는 지난 6일 5만 2300t급 자항선 ‘메가패션호‘에 실려 옥포만으로 출발했다. 메가패션호는 지난해 LNG-FSU 화물창 블록 탑재에 동원된 선박이다. 이번엔 꼬박 3일에 걸쳐 수심이 확보된 안전 해역으로 이동, 진수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선 세관과 현장 기술지원팀의 도움 덕분”이라며 “더 많은 소통과 협업을 통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어려움을 해소하며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동 경남남부세관장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민간에 도움이 된다면 관은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통해 돕는 게 당연하다”며 “앞으로도 현장의 고충을 수시로 청취해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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