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위기 쓰나미 오는데 정신 못 차리는 집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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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4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혁신위원회 가동을 둘러싸고 당 대표와 5선의 중진 의원이 거친 말을 주고받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이 줄어들기는커녕 당내 여러 세력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거기다 친윤 성향 의원들이 ‘민들레’라는 모임을 결성하려 하자 “계파 부활”이라는 비판이 일며 내홍은 더 깊어지고 있다. 원내지도부가 소모적 논쟁이라며 자제를 호소했지만 별무소용이다. 이런저런 변명에도 현재 국민의힘 내홍의 본질이 차기 당권 경쟁, 총선 공천권 등을 둘러싼 권력 투쟁임을 국민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 연이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국민의 눈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홍으로 입법부 공백 장기화 초래

‘국정 무한 책임’ 위치 잊지 말아야


지금 국회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법사위 배분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격화하면서 의장단도 상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가 17일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김창기 국세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만이 아니다. 각종 입법 논의도 멈춰 섰다.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논의는 국토위 구성이 안 돼 헛돌고 있다. 국방위나 정보위도 꾸려지지 않아 안보 공백도 우려된다. 이 같은 국회 공전의 책임은 야당보다 여당에 더 크게 있다고 봐야 한다. 어쨌거나 국민이 국정 운영의 열쇠를 맡긴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내우외환의 위기다. 경기는 죽어가는데 물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6·7월엔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 가던 경상수지조차 근래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화물연대 파업은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다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 세계은행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등 외부 악재까지 가중되고 있다.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야당과 협력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보다 안팎으로 갈등만 양산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170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아도 의석 수에서 밀려 어쩔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국회 공전과 그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오롯이 야당에 떠넘기는 것이다. 여당으로서 이런 ‘약자 코스프레’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조건에서라도 여당은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작금의 위기에 집권당 대표가 ‘자기 정치’ 운운하는 것은 국민 기대치에서 한참 어긋난다고 하겠다. 국민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 준 건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기대에서였지 승리에 도취해 권력다툼이나 벌이는 꼴을 보려던 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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