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호 발사 성공, 우리 힘으로 '우주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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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힘차게 날아올라 마침내 고도 700km에 인공위성을 올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5분여 만에 지구 저궤도(고도 600∼800km)에 도달한 뒤 1.5톤의 위성을 분리해 목표 지점에 안착시켰다. 지상국과 위성의 교신도 이뤄졌다. 2010년 3월 순수 우리 기술로 중형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보낼 수 있는 누리호 개발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3개월 만에 올린 개가다. 이로써 한국은 1톤급 이상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대역사를 일궈 냈다.

발사체 독자 개발 기술력 전 세계에 과시
관련 산업 발전시켜 우주강국 우뚝 서야

이날의 쾌거는 누리호 1차 발사의 실패를 단기간에 극복한 결과물이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때 실제 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를 싣고 우주를 향해 날아가 고도 700km 목표에 도달했으나, 엔진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지구 저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당시 ‘미완의 성공’으로 평가된 이유다. 우리나라가 누리호 개발에 나선 것은 스스로 위성을 쏠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02년 소형 위성을 쏘기 위한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 개발에 착수해 2013년 발사에 성공했지만, 발사체의 핵심인 1단 엔진 등 대부분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해 ‘절반의 성공’이란 꼬리표가 붙었던 것이다.

한국은 이번에 1차 발사의 문제점을 보완해 불과 8개월 만에 2차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 과정도 당초 단계별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뛰어난 우주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며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독자적으로 중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7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이는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위성 발사에 성공할 수 있는 우주강국의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또 온전히 우리 힘으로 우주 개발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고 진정한 우주 시대를 연 것도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1992년 영국의 기술 지원으로 만든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우주 개발 30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누리호 발사 성공이 불러올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전자, 항공, 통신, 소재 등 다양한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7만 개 부품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작동해야 하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자체 확보한 항공우주연구원과 300여개 관련 기업, 과학·기술 인력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서부 경남을 중심으로 발달한 국내 우주·항공산업이 탄력을 받아 기존 우주강국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정부도 국정과제인 항공우주청 설립을 앞당겨 달 탐사 등 우주 탐사 계획을 활성화하면서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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