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서방 경제, 되레 부메랑 맞고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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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문을 연 패스트푸드점 ‘브쿠스노 이 도치카’. 서방의 경제 제재로 맥도날드가 철수한 자리에 러시아판 맥도날드가 새로 문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넉달을 넘기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국제 금융결제망 퇴출 등 초강력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일단은 버티기에 성공한 모양새인 반면, 서방 국가들은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라는 위험에 직면하면서다.

NYT는 “어느 편이 더 많은 여유 시간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일단 러시아 경제는 첨단 기술 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등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장 국제 유가 급등을 틈타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나, 한때 추락했던 루블화 가치가 7년 내 최고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돈줄을 끊겠다는 서방 전략은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결제망 퇴출 등 제재에도
유가 급등 초래, 러 수출 최고치
에너지난으로 對러 전선도 균열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엘리나 리바코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금융체계는 몇 주간 심한 예금 인출을 겪은 뒤 평소와 같이 정상화됐다”면서 “전쟁이 시작됐을 때 몇 주 동안만 러시아 자금줄을 끊으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건 순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고,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로를 폭격하는 등 세계 에너지·식량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이다.

반면, 서방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서 대러시아 전선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헝가리의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의 단계적 금수 등 내용이 담긴 6차 제재안의 승인이 수 주간 지연됐다. 독일 등지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유화책이 고려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국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결국 러시아에 밀려 동부 요충지를 러시아에 뺏기고 말았다. 화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하루 200명에 이르는 전사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서방이 러시아 경제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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