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기초의회 곳곳서 여야 ‘감투싸움’에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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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개회 선언 직후 집단 퇴장하면서 이후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거제시의회 제공

경남 기초의회 곳곳이 의장단 구성을 놓고 불거진 여야 간 신경전으로 시작부터 시끌시끌하다. 여당의 ‘승자 독식’ 선언에 야당이 발끈하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감투싸움에 정작 민의는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과 당직자들은 5일 오전 9시 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장단·상임위원장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의회는 이날 임시회에서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기획총무·산업건설·의회운영위원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통영시의회
국힘,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독차지
민주 “협치 않겠다는 것”… 등원 거부
거제시의회
여야 세 차례 원 구성 협상 접점 못 찾아
시민 “자리다툼 한심”… 비판 여론 높아

제9대 의회는 국민의힘 8명(비례대표 1명). 더불어민주당 4명(비례 1명), 무소속 1명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도 이에 비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장을 제외한 4석 중 최소 1석 이상은 야당 몫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애초 원내대표 간 협의에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후 세부 조율을 미룬 채 시간을 끌던 국민의힘은 지난 1일에서야 ‘민주당에 양보할 자리는 없다’고 통보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이들은 “이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왜곡한 다수의 횡포다. 앞으로 협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여당 시장에 시의회마저 여당이 독식하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다선인 3선의 배윤주 의원은 “시의회는 특정당의 당직자 모임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야당은 거수기 노릇밖에 할 수 없게 된다”면서 “혼자 가면 빠를지 몰라도,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진정 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집단 등원 거부에도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의장·부의장은 단독 입후보한 김미옥(4선)·배도수(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은 신철기·박상준·조필규 초선 3인방이 꿰찼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미옥 의장은 “민주당 쪽 심정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이미 한 배를 탄 만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콩 한쪽도 나누는 마음으로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의회는 더 심각하다. 여야가 ‘8 대 8’ 동수인 탓에 개원 닷새가 지나도록 출발도 못 한 채 멈춰섰다. 시의회는 지난 1일 임시회를 열어 회기 결정과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의회 규칙에 따라 연장자인 국민의힘 신금자 의원이 의장 직무대행을 맡아 개회를 선언했지만 단 한 건의 의안조차 상정하지 못 했다.

전날 전·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민주당 의원 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의결정족수(9명)를 채우지 못한 첫 임시회는 개원과 동시에 정회됐고, 이날 밤 자정을 넘겨 자동 산회 됐다.

양측은 그동안 세 차례 만나 원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전·후반기 의장을 번갈아 수행하고 상임위원장 세 자리는 의장 소속 정당이 1석, 부의장 소속 정당이 2석을 맡자고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가져가고, 후반기 구성은 그때 가서 다시 협의하자고 맞섰다.

양측의 견해차가 커 파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원 반수 이상이 참석해야 개회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문을 열어도 한쪽이 집단으로 표결을 거부하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일단 의장단이 선출돼야 이후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리다툼이나 하라고 균형을 맞춰준 게 아닌데, 한심하다”면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더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기초의회 의장은 의사 정리권, 단체장·공무원 출석 요구권 등 막강한 권한에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인사독립권까지 확보하면서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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