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의 錢錢긍긍] 비트코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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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금융팀장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다. 수 년 전 가상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의 ‘영웅담’이 있다 보니 여전히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만져보려는 심리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예전과 같지 않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통시장에 맞선 대안 시장’이라는 믿음도 사실상 사라졌다.

우선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은 올해 들어 산산이 부서졌다. 비트코인은 올해 2분기 들어 5760만 원대에서 2380만 원대까지 58.7%가량 빠졌다.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에서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거래됐던 2013년 9월 3일 이후 가장 큰 분기별 하락 폭이다.

특히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기록한 최고점(업비트 기준 8270만 원)과 비교하면 70% 정도 내렸다. 이 기간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도 급락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시장지수 UBMI(2017년 10월 1일 기준 1000)는 가상자산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UBMI 지수가 높을수록 유입된 자산이 늘고 시장이 활기를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UBMI는 이달 7일 오후 2시 기준 4559.21으로 지난해 11월 1만 5347.32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은 비트코인이 8270만 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시점이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가상자산의 정체성이 무너진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증시의 헤지(위험 회피), 인플레이션 헤지 등 기존 통화의 대안과 금융 투자처로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시장을 계속 확대했다.

이처럼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던 가상자산은 증시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에 크게 흔들리면서 대안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로 지난해 11월 초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한때 33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도 비트코인과 함께 큰 폭으로 하락해 현재 2200선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시가총액 50조 원이 증발한 ‘루나·테라 사태’가 사기 의혹 사건으로 불거지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는 나스닥,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의 가격 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루나·테라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가상자산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영웅담에 현혹되지 말고 가상자산 투자에 신중히 접근해야한다.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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