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확대’ 반갑지만… 진짜 문제는 ‘숙련공’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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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조선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맞았지만 현장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국내 첫 대형 방제선을 건조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부산일보DB

코로나19여파로 제조업 등 산업 각 분야에서 심각한 외국인 근로자 수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역대급 호황이 시작됐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할 노동자는 없어 ‘물 들어왔는데 노 저을 사공이 없다’는 한탄이 이어진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조선업 사업장에 많이 배정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업종 규모나 형태에 따라 정부 방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외국인 근로자 수급 정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21일까지 고용노동부 워크넷 홈페이지와 중소기업중앙회 홈페이지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한 기업의 신청을 받는다고 7일 밝혔다. 하반기에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 업종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총 2만 1278명을 배정한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 사업장은 가점 10점을 부여한다.

부울중기중앙회, 필요 기업 접수
인력난 조선업 사업장 가점 부여
부산조선기자재업계 “숨통” 환영
대기업 조선사 “큰 도움 안 돼”
숙련공 양성 등 근본 대책 필요

정부는 매년 4차례 분기별로 점수에 따라 기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년 이상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산업 현장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배정 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도 늘린 것이다.

원래 외국인 근로자 인력은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신규 입국과 재입국으로 나눠 배정한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현재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활동 기한을 연말까지로 늘려주면서 재입국 쿼터가 줄었고, 재입국 쿼터 중 7000명을 신규 쿼터로 확대 조정했다.

당장 외국인 근로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부산 조선 기자재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최금식(선보공업 회장) 이사장은 “조선업이 10년 불황 끝에 호황을 맞은 상황이라 일감은 많은데, 사람은 없고 주 52시간 제도는 지켜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조선 기자재업만 해도 2만 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한데, 이번 조치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 조선사는 인력 숙련도가 낮다면 외국인 인력이 수급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경남 거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 물량의 건조를 본격화하는 연말부터 조선 3사는 최소 8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현장 경험이 있는 숙련공인데, 단순 노무만 가능한 외국인 인력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당장 이번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는 조선 3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숙련 근로자 양성 같은 근본적인 인력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센 셈이다.

제조업종은 이번 기회에 외국인 근로자 수급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 조건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녹산표면처리조합 배영한(한성이즈텍 대표)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10명 신청하면 1~2명을 배정받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청정표면처리조합 이오선(동아플레이팅 대표) 이사장은 “제조 뿌리기업에는 오려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는 큰 도움이 된다”면서 “외국인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업무 숙련도에 따라 정하는 등 유연화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회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기업과 흥정하고 더 좋은 조건의 기업을 찾아가고 있다”며 “숙련공 근로자 채용에 대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 배정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미·김민진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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