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밌다며? 낯선 채널까지 찾아본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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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
박은빈 열연에 시청률 수직상승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1위
채널보다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
군소 케이블 ENA 채널도 빛 봐

ENA 채널의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첫회 시청률 0.9%로 시작해 최신 회차인 이달 7일엔 5.2%를 기록하며 시청률 수직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스틸 컷. ENA 제공 ENA 채널의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첫회 시청률 0.9%로 시작해 최신 회차인 이달 7일엔 5.2%를 기록하며 시청률 수직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스틸 컷. ENA 제공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 말이 어색하고 행동이 어눌할 수 있습니다.”

아이큐 164.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형 로펌 취직 후 첫 재판에서 이렇게 변론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가졌다. 케이블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이른바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인기는 시청률 수직상승으로 증명된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에서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0.9%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2회에서 1.8%로 오르더니 3회차인 이달 6일엔 4.0%로 껑충 뛰었다. 가장 최신 회차인 이달 7일 방송분에선 5.2%로 치솟았다. 굿데이터 집계 드라마 화제성 점유율 53.86%로, 2위인 tvN ‘환혼’(10.63%)의 5배다. 넷플릭스 국내 시청 순위 1위는 물론, 4~10일 기준 ‘글로벌 탑10’ 순위에서 비영어권 TV프로그램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대본과 연출, 연기의 ‘3박자’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증인’에서 자폐인 주인공을 등장시켰던 문지원 작가는 유아특수교육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1년간 이 작품을 준비했다.

극 중 우영우가 정형화된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는 점도 인기 요소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을 ‘능력 있는 동료’로 존중하고 응원하는 극 중 캐릭터들도 드라마의 호감도를 높인다. 처음엔 우영우의 입사를 반대했지만, 그의 옆을 지켜주는 멘토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우영우를 연기하는 박은빈의 연기는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제작진은 박은빈을 1년가량 기다려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서예지가 연기 복귀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이브’가 자극적인 설정과 배우 정사 장면에도 시청률 3%를 맴돌고 있다. tvN 제공 배우 서예지가 연기 복귀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이브’가 자극적인 설정과 배우 정사 장면에도 시청률 3%를 맴돌고 있다. tvN 제공

‘우영우’의 인기는 KBS2 수목드라마 ‘징크스의 연인’이나 tvN 수목드라마 ‘이브’와 비교해도 높이 평가된다. 지난달 중순 처음 전파를 탄 ‘징크스의 연인’은 시청률 3.9%로 시작했으나 최신 회차인 이달 7일 방송에서 3.5%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우 서예지의 파격적인 노출신을 내세운 드라마 ‘이브’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설정과 배우 정사 장면에도 시청률 3%대를 넘지 못하며 지지부진 중이다. 이 드라마의 첫 방송 시청률과 최신 회차의 시청률은 3.7%로 같다.

ENA 채널은 SKY에서 이름을 변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ENA 채널을 직접 찾아보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드라마 무한 경쟁’의 시대를 맞아 시청자들은 ‘채널’ 대신 ‘재미’ 위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셈이다. 전국으로 송출되는 공영 방송사의 드라마보다 군소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끄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우 소지섭의 드라마 복귀작인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 스틸 컷. MBC 제공 배우 소지섭의 드라마 복귀작인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 스틸 컷. MBC 제공

익명을 요청한 한 케이블 채널 편성 PD는 “방영 채널이 시청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지났다”며 “시청자들은 이제 재미만 있다면 유튜브처럼 채널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보여 주고 있다”고 봤다. 이어 “결국 재미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채널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좋은 콘텐츠 구입에 예산을 좀 더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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