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아베 뜻 이어 개헌 추진”… 힘 실리는 ‘전쟁 가능 국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10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후보자 이름에 붉은 꽃을 달아 선거 승리를 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10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후보자 이름에 붉은 꽃을 달아 선거 승리를 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에 따른 ‘보수표 결집’의 결과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가능한 빨리 평화헌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가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특히 (아베 전 총리가)열정을 쏟아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와 헌법 개정 등 (아베 전 총리가)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난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발의하기 위해 노력해가겠다"며 국회에서 여야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가 꿈꾼 '전쟁 가능한 국가'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연립여당 구성 자민당·공명당

참의원 의석 과반인 146석 차지

개헌 우호 정당 3분의 2 넘겨

일본 사회 급격한 우경화 예상


앞서 이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정당별 확보 의석을 최종 집계한 결과 이번에 새로 뽑은 125석 가운데 연립여당인 자민당(63석)과 공명당(13석)이 76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참의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여당 의석수는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70석,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쳐 146석으로, 절반(125석)을 여유 있게 넘겼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간판으로 압승을 이끌어내게 됐다. 이로써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앞으로 3년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게 돼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특히 눈 여겨볼 부분은 ‘평화헌법 개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미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 나서며 헌법에 자위대 명기 등을 포함한 개헌을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여기에 평화헌법 개헌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왔던 아베 전 총리마저 피격되면서 일본 우익 세력들이 평화헌법 개헌을 위해 ‘똘똘’ 뭉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됐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여야 정당이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의 3분의 2(166석)를 넘는 177석을 확보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또 다른 쟁점인 ‘5년 내 방위비 2배 증액’을 위한 자민당 공약도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 보수가 주도해왔던 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방위력을 5년 이내에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교도통신이 추계한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51.68%로 3년 전 참의원 선거 투표율 48.08%를 웃돌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투표율 상승에 대해 “아베 전 총리가 거리 연설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민주주의의 중요성 등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11일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출구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경향을 분석한 결과 자민당이 무당파 유권자로부터도 일정한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10일 일본 민영방송 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프로그램이 실시한 설문조사와 관련, “13%가 자민당 지지로 바꿨다면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국민 여러분께 확실히 전달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가 여전히 정치 세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면서 “그는 죽기 전에도 더 이상 국가나 여당의 지도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유산은 투표함에서 유권자의 선택과 당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