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빅스텝’… 치솟는 물가에 ‘극약 처방’

김진호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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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50%P 올려
세 차례 연속 인상 ‘전례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극약처방의 일환으로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오전 9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P 인상했다.


금통위는 올해 4월과 5월에도 각각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을 포함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는 지난 2013년~2014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은이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0.50%P를 올린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하다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6%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무려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경제 주체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인 '기대인플레이션'마저 빠르게 오르는 점도 빅스텝 결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0.6%P 상승 폭은 2008년 통계가 시작 된 이래 최대치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역전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금 유출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함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번 빅스텝 단행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물가로 가계의 소비마저 점차 위축되는 상황에 금리를 크게 높인 만큼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조3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0.50%P)을 감안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은이 빅스텝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연 2.75%~3.0%에 달한다.



김진호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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