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이름을 불러주기 전부터 꽃이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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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나에게로 가는 꽃’ 출간

몇 번째 시집인지 헤아리는 일이 별 의미가 없는 다작의 강영환 시인이 시집 〈나에게로 가는 꽃〉(시와소금)을 냈다.

‘산복도로’에 살다가 ‘지리산’을 다니다가 ‘바다’를 노래하는, 요컨대 3개의 굵직한 시적 주제를 지닌 시인은 이번에는 길을 벗어나 꽃을 탐하느라 행복하다. 104편, 산다화 분꽃 수수꽃다리 등 104가지 꽃을 불러냈다. “은퇴 후 창녕 촌집 텃밭을 가꾸며 꽃을 피우는 꽃양귀비를 보고 경이로웠다. 그때 눈을 떴다.” 40여 년 시력의 그가 ‘그때 눈을 떴다’는 것은 일종의 시적 허풍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짐짓 어법을 달리한다. “꽃은 이름을 불러주기 전부터 꽃이었다.” 그는 “꽃이 지닌 본질적인 의미에 접근하려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은 결국 자기에게로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꽃에게 가는 그것이 자신에게 가는 거라는 말이다. 제목 ‘나에게로 가는 꽃’의 뜻이 그렇다. 그렇다면 꽃은 내가 부르기 전의 그 꽃일까. 딱 떨어지지 않는 착종과 빈틈에서 시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 ‘꽃을 보는 사람이 봄이다.’ 일흔을 훌쩍 넘겼어도 그는 지금 한창 봄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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