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부산 여야 수장 백종헌·박재호의 명과 암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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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종헌 박재호. 왼쪽부터 백종헌 박재호.

여야 부산 시당위원장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잇단 ‘빅 이벤트’를 끝내고 위원장직을 내려놓는다.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부산 선거전의 결과가 극명히 갈리면서 떠나는 각 위원장의 명암도 교차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백종헌(금정) 위원장은 15일 1년간의 위원장직 임기를 마치고 5선 조경태(사하을) 의원과 ‘바통 터치’한다. 시당은 “당규에 따라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차기 시당위원장에 단독 응모한 조 의원을 선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지역구로 돌아가는 백 위원장의 발걸음은 가볍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지역구 시의원 선거를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백, 4·7 보궐·지선·대선 연승

조경태에 ‘바통’… 재선 청신호

박, 잇따른 패배에 책임론 대두

지역구 입지는 견고해 행보 기대


백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당시 부산 보수정당 최초로 ‘초선 시당위원장’에 도전하자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량감 있는 중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비토론이 터져 나왔다. 찬성파와 반대파 간 내분 우려마저 감지됐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지만 자신의 지역구 등에서 공천 잡음이 터져 나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산 국민의힘이 양대 선거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두면서 백 위원장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재선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백 위원장의 지역구인 금정은 지난해 4·7 보궐선거와 올해 대선, 지방선거 등 ‘3대 선거’를 통해 부산의 핵심 보수 텃밭으로 자리매김했다. 4·7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보수 후보 득표율이 부산 전체 구·군 중 각각 1, 3위였다. 백 위원장의 측근인 김재윤 전 사무국장도 구청장 자리를 꿰찼다. 다만 김세연 전 의원의 총선 가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등은 변수로 남아 있다.

다음 달 28일 임기를 마치고 지역구로 복귀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위원장은 대선, 지방선거 패배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차기 시당위원장에는 최인호(사하갑) 의원이 유력하다.

박 위원장은 2년 전 시의원 성추행 논란, 기초의원 무더기 제명 등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 속에 취임했다. 이후 ‘형님 리더십’과 지역 현안에 집중하는 ‘지상전’을 통해 당을 이끌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책임론에 휩싸였고, 당내에서 조기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임기 막판까지도 북강서을 등 곳곳에서 곪았던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며 당을 수습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당내 입지는 견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박재범 전 남구청장과 호흡을 맞춰 남구의 진보세를 끌어올렸다. 남구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전통적 지지 기반인 낙동강벨트와 영도구 다음으로 높았다. 지방선거에서도 박 전 구청장이 42%대의 득표율로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중 3위를 기록했다. 남구 출신인 반선호·서지연 의원이 민주당의 두 석뿐인 시의회 비례대표도 차지해 ‘지역구 챙기기’에 합동 전략을 펼치기도 용이하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10년 만에 두 개의 큰 선거가 겹치면서 여느 때보다 시당위원장들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면서 “과정을 떠나 결과적으로 한쪽이 연이어 승리했기 때문에 위원장들의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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