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7주기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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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이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필자에게 선생님은 ‘글을 쓰라’고 하셨다.

읽고 있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그 글은 부산일보 독자칼럼에 실리게 되었다. 그 시절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IMF 사태 직후 아버지의 정년퇴직을 대비해야 했던 필자는 글보다 취업이 절실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하고, 육아 휴직 중이던 어느 날, 뉴스에서 선생님의 부고를 보게 되었다.

선생님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겠다면 감당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부산대 인문대학 옥상에서 투신하셨다. 투신하기 직전 ‘총장은 직선제 약속을 이행하라’는 외침을 남기셨다. 나의 선생님은,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고 고현철 교수이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울음을 며칠이나 쏟아내었다. 돌아가시기 전, 학과사무실을 찾아가 ‘그간 내가 섭섭하게 한 일은 없었냐’고 물으셨다는 동기의 인터뷰를 보고는 오열했다. 화면 속의 동기도 울고 있었다.

나에게 ‘글을 쓰라’는 단호한 한 마디를 남겼던 선생님. 그 말씀을 잊을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선생님, 너무 늦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글을 씁니다. 비루한 글이지만 저의 글을 읽은 많은 분들이 고현철 교수님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심을 버리지 못해 목숨을 버린, 고 고현철 교수님을 기억해주세요.’ 8월 17일은 선생님의 7주기이다.

박다인·부산 강서구 명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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