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조현병 유발하는 DNA 따로 있다…지적장애 유발하는 신규 시냅스 접착 신호 기전 발견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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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연구팀, 지적장애와 관련된 ‘슬릿트랫2 시냅스’ 접착 유전자 변이 다수 발굴
슬릿트랫2의 신호 기전 이상 패턴 규명 통해 새로운 치료 바이오마커 제시


연구진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DGIST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엄지원 교수, 장규빈 석사과정생,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DGIST 제공 연구진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DGIST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엄지원 교수, 장규빈 석사과정생,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DGIST 제공
[그림설명]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와 관련성이 높은 신규 슬릿트랙 2(SLITRK2) 유전자 변이들을 뇌발달질환 환자들에게서 다수 발굴하고, 이 유전자 변이들이 슬릿트랙2 단백질의 생화학적 특성, 시냅스 구조 및 기능 변화, 그리고 인지/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함. 그 결과 슬릿트랙2가 트랙B(TrkB) 단백질의 안정성 및 성숙화를 조절하여 원활한 흥분성 시냅스 신호경로를 관장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하였음. DGIST 제공 [그림설명]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와 관련성이 높은 신규 슬릿트랙 2(SLITRK2) 유전자 변이들을 뇌발달질환 환자들에게서 다수 발굴하고, 이 유전자 변이들이 슬릿트랙2 단백질의 생화학적 특성, 시냅스 구조 및 기능 변화, 그리고 인지/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함. 그 결과 슬릿트랙2가 트랙B(TrkB) 단백질의 안정성 및 성숙화를 조절하여 원활한 흥분성 시냅스 신호경로를 관장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하였음. DGIST 제공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지적장애와 관련된 신규 유전자 변이를 보고하고 이와 관련된 흥분성 시냅스 활성 신호 기전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흥분성 시냅스 신호 활성을 조율하여 뇌 발달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냅스는 신경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특별한 창구로서 모든 뇌기능을 관장한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이들 시냅스는 뇌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며 신경회로 네트워크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러한 균형이 망가질 경우 다양한 뇌 발달 질환, 정신질환, 퇴행성뇌질환 등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서로 물리․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쌍방향으로 세포신호를 전달하는데, 이 결합에 의한 세포 내 신호전달의 작동 방식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 연구진은 2013년 이후 시냅스 접착 단백질군을 다수 발굴하고 그 기능을 연구해 왔다. 특히, 연구진은 슬릿트랫(Slitrk) 시냅스 접착단백질군이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 발달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한 바 있다. 이 중 슬릿트랫2(Slitrk2) 단백질은 흥분성 시냅스 형성에 특이적으로 관여하는데,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X-linked intellectual disability)를 비롯한 자폐증, 지적장애 등의 뇌질환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실제로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가 기존에 보고된 바 있으나 이러한 변이들이 어떻게 슬릿트랙2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어 뇌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정신 및 뇌발달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엑솜시퀀싱을 통해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다양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들을 검출하고, 이 변이들이 슬릿트랫2 단백질 구조·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변이들 중 일부는 슬릿트랙2 단백질이 세포막에서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게 기능을 망가뜨려 흥분성 시냅스 신경전달 과정을 저해함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뇌발달질환 연관 신규 슬릿트랙2 변이들은 모두 트랙B 수용체의 발현·활성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켰다. 트랙B 수용체는 BDNF 인자와 함께 작동하여 시냅스 발달을 매개하는 중요 단백질이고, 자폐 등 뇌 발달 질환과의 연관성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를 타깃으로 한 신규 뇌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지원 교수는 “본 연구는 해외 임상유전학자들과 협업해 슬릿트랙2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X 염색체 연관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핵심적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논문”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교수는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가 관련 뇌발달질환의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현재 관련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DGIST 뇌과학과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장규빈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전문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영향력 지수: 17.694]’에 7월 15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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