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반군부 인사들 처형…국제사회 강력 규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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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이 군정의 반군부 인사 처형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이 군정의 반군부 인사 처형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반군부 인사들을 처형했다는 소식에 대내외 규탄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잔인하고 퇴행적인 조치”라며 비판하는 동시에 나아질 기미가 없는 군사정부의 반인권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를 인용해 미얀마 군정이 민주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표 제야 또는 독방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당 소속이다. 초 민 유는 1988년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이끈 ‘88세대’의 핵심 인사로 ‘지미’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얀마 쿠데타 이후에도 반군부 활동을 주도했다. 이번 사형 집행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유족도 사형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 인사들이 처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얀마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군정은 국제사회의 인권 탄압 중단 압박도 무시한 채 이를 강행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군정은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모두 117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추가 사형 집행 등 완전한 정권 장악을 위해 도 넘은 반인권 행태를 이어갈 우려가 크다. 이번 사형을 저항 세력에 공포를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얀마 양곤 거리 등에서는 민주 세력인 국민통합정부(NUG)와 반군부 단체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고,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교도소 수감자들도 군부에 반발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미얀마나우는 26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미얀마 양곤 인세인 교도소 일부 사감자가 군부의 사형 집행 소식을 듣고 봉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위를 벌인 수감자들은 감옥에서 끌려 나와 구타당했다”며 “교도소에 배치된 군 관계자가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폭행도 감독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즉각 군정의 행태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라 각국이 군정의 인권 탄압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별도 제재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을 통해 규탄 성명을 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사형당한 반군부 인사 이름을 모두 열거한 뒤 “어떤 환경에서도 사형을 시행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이날 “이런 잔인하고 퇴행적 조치는 군부의 지속적인 탄압의 연장선”이라며 군정이 자의적 판단으로 구금한 모든 정치범의 즉각적인 석방과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 명의로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유럽연합(EU)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규탄 행렬에 동참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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