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국 사태’, 냉각기 갖고 국민 불안 해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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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찰, 강경 일변도 맞대응 계속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 사태 완화 필요

30일 열기로 한 전국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가 14만 명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되면서 경찰국 사태가 ‘경란(警亂)’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늘어선 경찰국 신설 반대 근조 화환. 연합뉴스 30일 열기로 한 전국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가 14만 명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되면서 경찰국 사태가 ‘경란(警亂)’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늘어선 경찰국 신설 반대 근조 화환. 연합뉴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열기로 한 전국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가 14만 명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되면서 ‘경란(警亂)’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역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출근길에 경찰의 반발에 대해 “중대한 국가기강 문란이 될 것”이라며 전날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게다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법적 근거를 갖췄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마저 논란에 가세하면서 온 나라가 경찰국 문제로 난리다. 이 와중에 한시가 급한 민생 논의는 설 곳조차 없다.


경찰은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맞서 계속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23일 총경 회의 이후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전국 팀장 회의를 아예 전국 경찰회의로 넓혀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최소 1000명 이상의 현직 경찰이 모임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찰의 이 같은 강경 행동은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과 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 등 정부의 초고속·밀어붙이기식 통제가 부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역시 경찰의 집단행동은 국기문란이라는 대통령의 비판과 비대해진 경찰 통제를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강경한 입장이 서로 상승 작용하면서 출구를 못 찾는 형국이다.

정부와 경찰의 출구 없는 싸움을 누구보다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쪽은 국민이다. 경찰은 지금 수뇌부부터 아래로 서장·팀장급 간부와 일선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체가 온통 이번 사태의 결말에 신경이 쏠려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아무래도 업무 몰입도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안 현장에 공백 가능성이 크고,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권은 검찰, 현 정권은 경찰과의 갈등으로 귀중한 국정 동력을 낭비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3고’의 복합 경제위기로 국민의 삶은 정말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냉철한 자성이 필요하다.

정부의 경찰국 신설 논리도, 경찰의 반발 논리도 모두 그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한쪽의 주장만 완벽하게 옳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접근 방식은 당연히 수용될 수 없다. 이를 도외시한 채 무턱대고 상대방을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쯤에서 경찰과 정부는 한 발짝씩 물러나 냉각기를 갖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강 대 강’ 대치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음은 양쪽 모두 잘 알 것이다. 정치권 역시 정략적 관점의 접근은 자제해야 한다. 경찰은 집단행동을 재검토하고, 정부도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못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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