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성찰·사색의 땅’에서 희망을 보다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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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 임철우 외

‘한반도 땅끝’ 전남 해남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바다와 섬, 두륜산 등 뛰어난 자연경관은 물론, 대흥사 미황사 등 천년고도의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남은 다양한 섬과 갯벌, 맑고 깨끗한 바다, 자연 친화형 관광과 해양·생태·문화·음식 등 특화 자원이 넉넉한 곳이다. 특히 우리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땅이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고,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서산대사를 모신 표충사인 대흥사, 우리 차를 새롭게 정립한 초의선사가 지낸 대흥사 일지암이 있다. 해남은 숱한 시인 묵객을 배출한 문향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인들은 성찰과 사색을 위해 땅끝을 찾는다. 땅끝은 얼핏 ‘세상의 끝’이란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여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강렬하게 유인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김남주, 김지하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해남에서 절망이 아닌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이 책은 김선태·김윤배·손택수·황지우 등 시인, 송기원·신경숙·임철우 등 소설가, 김병익·유성호·최동호 등 문학평론가, 기자, 영화인, 연극인, 화가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인들이 해남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진솔하게 정리한, 일종의 ‘해남 총서’격이다. 이 책을 통해 해남의 문화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따뜻한 위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길은 끝났지만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고 했다. 해남은 끝과 시작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색과 성찰과 함께 여행을 바라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임철우 외 지음/일상이상/316쪽/1만 6000원.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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