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이진베이시티 ‘빛 반사’ 피해 호소…마린시티 '빛공해 소송전' 닮은꼴'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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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빌라 주민, 생활 피해 호소

“평생 블라인드 치고 살아야 하나”

서구청·구의회에 민원 제기

해운대 아이파크 소송과 유사

구청 “상황 지속적으로 파악”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도 이진베이시티 건물 유리 외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부심 등 생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빌라 한 주민이 베란다에서 촬영한 사진. 주민 제공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도 이진베이시티 건물 유리 외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부심 등 생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빌라 한 주민이 베란다에서 촬영한 사진. 주민 제공

부산 서구 송도 이진베이시티가 건물 외벽 빛 반사 문제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통유리로 된 이진베이시티 외벽 빛 반사로 생활 피해가 극심하다며 구청과 구의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소송전까지 간 부산 마린시티 빛공해와 닮은꼴이다.

1일 부산 서구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아파트 인근 한 빌라 주민들에 따르면, 빌라 주민들은 이진베이시티 건물 외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한 생활 피해를 호소하며 구청과 구의회에 민원을 넣었다. 이 빌라는 이진베이시티와 200m가량 떨어져 있으며 115세대 규모다.

특히 이진베이시티 건물과 마주보는 세대들이 빛공해 피해를 집중적으로 토로한다. 주민 김 모(77) 씨는 “외벽에 반사된 빛이 집 안으로 들어와 뜨겁고 눈까지 부셔 이대로라면 평생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박 모(71) 씨는 “사업을 승인한 지자체가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여럿이고 같은 원인을 지목하는 만큼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튼월 공법’(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으로 지어진 이진베이시티는 건물 외벽이 유리로 조성돼 햇빛이 반사되는 구조다. 이진베이시티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앞서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있었던 빛공해 소송전과 내용이 유사하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이파크 외벽 유리창에 반사된 햇빛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아파트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 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있다고 본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행법상 소송을 통하지 않는 경우, 햇빛 반사 피해에 대한 지자체 규제나 보상 규정은 명확하게 없다. 빛공해방지법이 있지만 인공조명으로 발생한 피해만 빛 공해로 인정한다.

지자체는 당장 조처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빛 정량화가 어렵고 이미 준공이 완료된 건물에 대해 현행법상 행정 규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민원이 접수된 만큼 내용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도 이진베이시티 건물 유리 외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부심 등 생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 제공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도 이진베이시티 건물 유리 외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부심 등 생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 제공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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