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발 부닥친 ‘만 5세 초등 입학’ 속도 조절 나선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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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요자 의견 정책에 반영을”

한덕수 총리, 박순애 장관에 지시

안철수 “사회적 합의 기구서 논의”

박순애 “공론화 과정 통해 시안 마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부의 학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에서 사실상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과 관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 총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하면서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박 부총리에게 당부했다.

한 총리는 또 교육부의 당초 발표대로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찬반 의견과 고충을 빠짐없이 듣고, 정책의 모든 과정을 언론에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소통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총리실은 전했다.

미국에서 휴가 중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예전부터 학제 개편을 하려면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학제개편안 논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 학제개편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 의원은 글에서 “교육개혁은 이번 정부에서 이뤄 내야 할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혁과제 중 하나”라며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과정의 통합) 후 만 3세부터 2년간 공교육 유아학교를 다니고, 만 5세부터 5년간 전일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도 20~30대만이 아닌 각 지역의 평생교육 센터로 기능을 확대하는 안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지금 논의가 단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느니 마느니 하는 지엽적인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논란에서 아쉬운 점은 먼저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에 교육개혁의 전체와 핵심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갔다면 소모적인 논란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 부총리도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학연령 하향을 (대통령)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국가 책임교육에 있어 아이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면서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5학년도부터 2028학년도까지 4년간 5개 학년을 입학시킨다는 시나리오는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부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현재 검토 중인 대안으로 “(이번 학제개편안에 대해)너무나 많은 우려사항(이 있고), 어떤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면 사실은 12년에 갈 수 있겠다. 1개월씩 당겨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방안은 2025년에 2018년 1월~2019년 1월생이 입학하고, 2026년에 2019년 2월~2020년 2월생이 입학하는 식으로, 2036년에 2029년 12월~2030년 12월생이 입학하기까지 12년에 걸쳐 취학연령을 앞당긴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교육 수장이 섣부른 아이디어를 성급하게 공개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또다른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 이동연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느닷없이 대선 공약에도 없었던 만 5세 취학 학제개편을 졸속으로 들고나왔다”며 “이 개편안은 이미 역대 정부도 여러 차례 검토했으나 만 5~6세 아동 동시 입학 시 특정 학년의 (학생)수가 최대 배가 되는 부작용이 있어 부정적이라고 결론 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부총리의 과거 음주운전, 논문표절 의혹 등을 겨냥해 “학제개편안은 박 부총리의 과거 이력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자격 없는 박 장관은 하루빨리 자신이 꺼내든 학제개편안을 철회하고 사퇴해야 하며, 윤 대통령은 인사 검증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께 하루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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