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 물질’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역대 최고… 먹는 물 ‘불안’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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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수원 물금·매리 지역 녹조 비상

부산시민 식수원 지점인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1일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민 식수원 지점인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1일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낙동강 상수원 지역에도 대규모 녹조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녹조 문제가 낙동강 ‘보’ 주변에 머물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낙동강 전체와 낙동강 물을 먹고 사용하는 부산시민 모두가 녹조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간 노출 땐 암 유발·정자 수 감소

정부 “완벽 제거” 해명에도 불안 고조

올여름 이상 기온 녹조 확산에 결정타

기후 위기로 향후 더 잦은 발생 예고


■기후위기와 녹조, 위험 노출 더 잦아질 수도

물금·매리 지역에 조류 경보가 발생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올 6월 2일 물금·매리 지역에 ‘관심’ 단계의 조류 경보가 발령됐고, 약 3주 뒤인 23일 ‘경계’로 경보는 강화됐다. 통상 매년 8월 녹조 발생량이 더 많아진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한동안 조류 경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본류의 나머지 조류 경보 지점인 해평, 강정·고령, 칠서 지역도 6월 중순부터 조류 경보가 발령됐고 당분간 경보가 유지될 전망이다. 조류 경보는 mL당 남조류 세포수가 2주 연속 1000개 이상이면 ‘관심’, 1만 개 이상이면 ‘경계’로 발령된다.

올여름 조류 경보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상수원 구역에서도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14만 개를 넘어선 것은 이상 기후의 영향이 크다.물금·매리 지역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낙동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예년보다 고온 현상이 심화됐고, 특히 낙동강 하류 지역은 비가 적게 내려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물금·매리는 낙동강 상류보다 지리적으로 녹조 발생 가능성이 더 큰 편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여름 녹조 발생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평균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고, 폭우는 잦아져도 전체적인 강우량은 줄고 있는 게 현재 기후변화의 추세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 변화는 앞으로 더 극명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여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녹조가 발생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녹조, 얼마나 치명적인가

현재 녹조와 관련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 물질이다. 장기간 노출되면 발암, 정자 수 감소 등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은 1μg/L 이하이다. 환경부도 이 기준을 도입해 2012년 마이크로시스틴을 감시 항목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25일 물금·매리 지점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3.5μg/L로 낙동강 상수원 지역의 검출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일단 정부와 관련 행정 기관들은 원수 정화 과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 지역에서 정수 처리한 수돗물에서 0.226~0.281μ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정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등은 해당 분석 결과는 신뢰도가 낮은 조사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정수 처리와 별개로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올 3월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 2.53~3.18μ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등 낙동강 지역의 농작물 오염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녹조의 심각한 번식으로 낙동강 내 친수활동 전반이 중지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부산은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개발 등 도시 계획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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