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집에 갇히나”… 노인들 ‘코로나 우울’ 재확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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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재개 땐 사회적 고립

경로당 폐쇄 등 대면 활동 제약

홀로 있을 땐 노인 우울증 급증

청장년층 다양한 취미 생활 대조

‘여가 양극화’ 해소책 마련 시급


사진은 경로당에서 윷놀이 즐기는 어르신들. 부산일보DB 사진은 경로당에서 윷놀이 즐기는 어르신들. 부산일보DB

부산 영도구에서 홀로 생활하는 정 모(86·여) 씨는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삶의 제약이 훨씬 두렵다. 올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로당이 문을 닫고, 10평 남짓한 집에서 격리 생활을 했던 기억은 악몽에 가깝다. 정 씨는 “경로당에 모여 할머니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도 하는 게 인생의 낙”이라며 “집에 혼자 있으면 눈이 아파 TV를 오래 못 본다. 스마트폰도 사용할 줄 몰라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가 1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확산세를 바라보는 노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거리 두기가 재개되면 대면 모임에 익숙한 노인들은 우울증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반면 비대면 활동에 적응한 청장년층은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가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

몸이 불편한 아내와 함께 생활하는 김 모(80) 씨는 코로나 재확산 소식에 몹시 불안하다. 김 씨는 “가족과의 왕래는 물론 노인복지시설의 도움마저 끊겼을 땐 정말 집이 아닌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4시간 아픈 아내와 좁은 방에만 있다 보니 서로 다툼도 잦아지고 언성을 높이게 되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도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정서적 만족감을 드러내신다. 다시 문이 닫히게 된다면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고립된 노인들의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서울보라매병원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 연구팀이 60세 이상 노인 230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던 노인의 발병 위험은 2.4배나 커졌다. 가족 간 교류가 감소하고 사회적 고립이 가속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반면 청장년층은 거리 두기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졌다. 직장인 송 모(33) 씨는 “한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직장 회식이나 모임이 부쩍 늘어 부담스럽고 피곤했다”며 “홈트레이닝이나 다도, 차박 등 거리 두기 이후 새로운 취미가 많이 생겨 거리 두기가 강화된다고 해도 여가 측면에서 큰 걱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통계개발원이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연령별 여가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3~19세는 47.9%가 만족해 유일하게 전년보다 증가했다. 만족도는 연령별로 점차 낮아져 60세 이상은 21%에 그쳤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일괄적인 시설 폐쇄는 노인에게 고립과 외로움 등 치유되기 어려운 본질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고령사회연구부장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노인의 여가나 돌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지 반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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