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여가 양극화’, 맞춤형 복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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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000만 명, 고령층 우울 재확산

취약 계층 위한 돌봄 체계 재정비 절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3일 20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코로나 대책에도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고령층은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한 우울증 등 불안감 확산으로 더욱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동구 한 쪽방촌 반지하 방에서 무더운 하루를 보내는 노인.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3일 20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코로나 대책에도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고령층은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한 우울증 등 불안감 확산으로 더욱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동구 한 쪽방촌 반지하 방에서 무더운 하루를 보내는 노인.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3일 20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코로나 대책에도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2000만 명 돌파는 첫 확진자 이후 약 2년 6개월 만으로, 국민 10명 중 4명꼴로 감염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무증상자와 미검사자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게다가 기존 백신으론 감염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새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코로나는 한층 더 일상이 됐다. 국민들도 대체로 오랜 코로나 경험을 통해 잘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고령층이 아닐 수 없다. 신체는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 고령층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가장 노심초사하고 있는 계층이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오랜만에 노인 여가·복지 시설들이 문을 열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의 공간이 생겼는데, 코로나 재유행으로 다시 고립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대면 모임이나 활동에 익숙한 고령층은 다시 거리 두기가 재개될 경우 외부 여가 활동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여건에 익숙하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오히려 비대면 활동이나 디지털 즐길 거리를 선호하는 젊은 층과는 처지가 전혀 다르다. 바로 이런 극심한 ‘여가 양극화’가 지금 우리의 새로운 코로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코로나로 인한 인간관계 단절은 특히 고령층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이미 여러 관련 연구의 결과가 이를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대면 인간관계 단절로 인해 불안, 우울 등 정서적 측면에서 깊은 상흔을 남겼다. 서울보라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60세 이상 노인 2300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로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다른 노인 관련 기관의 조사·상담 결과도 대체로 고령층의 우울, 분노, 망상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한 고령층의 정신적인 고통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코로나 재유행을 또 이렇게 겪게 할 수는 없다.

코로나 취약 계층인 고령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나 돌봄 체계를 이 시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청장년층들은 그럭저럭 그동안 경험을 통해 코로나에 적응하고 있지만, 고령층의 힘든 처지는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했다. 이제 고령층의 불안, 우울증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리 없는 아우성’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르신들 입장에서 사회적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해 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노인심리 돌봄시스템 구축과 상담 체계를 더 촘촘하게 다듬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게 여가 양극화 극복을 위한 맞춤형 복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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