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논란’ 입 연 이재명 “당헌 80조는 검찰 야당 탄압 통로”(종합)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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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방탄용’ 부인하며 개정 지지

박용진 “개정 내로남불” 비판 입장

강훈식 “1심 판결까지 지켜봐야”

이, 이재용 부회장 사면 찬성 표명


지난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 80조 개정’ 문제가 쟁점화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 지지들이 이달 1일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주목받았는데, 이 후보가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압승한 뒤 개정 배경을 두고 경쟁 후보 측이 ‘이재명 방탄 개정’ 공세를 강화한 탓이다. 특히 9일에는 이 후보가 해당 당헌 개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당권 레이스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이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검경의 수사를 받는 이 후보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대표직 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미리 손질해야 한다는 게 청원의 핵심이다. 집권당의 ‘정치 보복’ 기소에 대한 야당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후보도 청원에 동의했다. 그는 9일 CBS 라디오의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박용진 후보가 해당 당헌 개정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검찰이 아무나 기소해 놓고 무죄가 되든 말든, 이런 검찰권 남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직무 정지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헌 80조가)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특히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된다는 측면에서 저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저는 부정부패 관련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정 목적이 저 때문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어쩌다 민주당이 부정부패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당규조차 개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 당헌 80조는 야당일 때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하면)여당 됐을 때와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내로남불’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해당 규정이 문재인 당 대표 시절에 김상곤 당시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조항이며, 2020년 이해찬 대표 시절 한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훈식 후보는 “개정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논의해야 한다면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 우리들의 문제 인식, 우리 당원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문제 인식 속에서 기소만으로 누군가를 정지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해야 할 문제 아니냐. 그래서 적어도 1심 판결까지는 좀 지켜보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당헌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 셈이다.

한편 이 후보가 박용진 후보에 대한 ‘노룩(No Look) 악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날 라디오 토론은 초반에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곧바로 이 후보에 대한 박용진·강훈식 후보의 포위 공격 양상으로 흘렀다.

박 후보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견해를 두고 “이 후보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안타깝다”며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이재용은 사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별결의도 하자고 했는데 원칙이 흔들린 것이냐”고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법보다 중요한 게 주권자의 뜻”이라며 “국민의 뜻이란 이유로 법을 위반하라는 게 아니라 권한을 가진 사람이 국민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라고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강 후보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잠재적 대선후보 발굴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후보의 출마로 어려워졌다고 공격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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