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이 돌아왔다’…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선수권 제패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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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서 덴마크 31-28로 꺾어
한국, 비유럽 국가론 첫 우승
평균 신장보다 6~10cm 작아
체력·스피드로 강국들 격파

김진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 청소년핸드볼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덴마크를 31-28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MVP에 뽑힌 김민서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캡처 김진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 청소년핸드볼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덴마크를 31-28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MVP에 뽑힌 김민서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캡처

한국 18세 이하(U-18)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세계를 제패하며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부활을 알렸다.

김진순(인천비즈니스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덴마크를 31-2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비유럽 국가가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비유럽 국가 중 4강 이상에 든 것도 2006년 준우승, 2016년·2018년 3위에 오른 한국이 유일하다.

이번 우승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5년 세계선수권, 2014년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이어 한국 여자 핸드볼이 일군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결승에서 한국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전반을 15-15로 마쳤다. 후반 초반 2골 차로 뒤졌으나 종료 17분여를 남기고 김민서(황지정보산업고)와 이혜원(대구체고)이 연속 골을 터트리며 22-22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김서진(일신여고)의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김서진이 2분간 퇴장당한 위기의 순간 오히려 1골 더 달아난 한국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김민서의 7m 스로 득점으로 3골로 격차를 벌렸다. 결국 3골 차를 유지하며 감격의 우승을 이뤄냈다.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2위에 오른 김민서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라이트백 이혜원과 라이트윙 차서연(일신여고)이 대회 베스트7에 선정됐다. 골키퍼 김가영(인천비즈니스고)은 결승에서만 덴마크의 슈팅 36개 중 11개를 막아내는 활약(방어율 31%)으로 한국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번 대회 참가국보다 평균 신장이 6~10cm나 작은 한국이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르고 조직적인 움직임 덕분이다. 결승 상대인 덴마크만 해도 평균 신장이 174cm로 한국(168cm)보다 우월했으나, 한국은 빠른 속공과 패스 플레이로 불리함을 극복했다.

이번 대회 전체 지표를 보면 한국은 중거리 슛인 9m 득점(30-44)을 제외하고 속공(32-19), 어시스트(93-80), 스틸(42-32)에서 우승 후보 덴마크를 훨씬 앞섰다. 결승에서도 9m 득점이 덴마크에 2-9로 밀렸지만, 스틸과 속공에서 5-0, 2-0으로 우세했다.

스피드와 많은 패스를 통한 득점으로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유럽 핸드볼 강국을 상대로 8연승을 달리며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특히 결승 상대 덴마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승부던지기 끝에 아쉽게 져 영화 ‘우생순’의 모티브가 됐던 팀으로, 어린 후배들이 선배들의 아픔을 통쾌하게 되갚아준 셈이 됐다. 또한 2006년 제1회 18세 이하 세계선수권 결승 패배(33-36)도 설욕하게 됐다.

한편,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한 유럽 스타일과 다른 아기자기한 한국 핸드볼의 ‘돌풍’에 현지 팬과 전문가들도 열광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마케도니아의 그대 : 다른 나라 팬들도 한국 핸드볼과 사랑에 빠졌다’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일반 팬들은 물론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위스, 크로아티아, 독일 선수들드 한국을 열렬히 응원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IHF는 한국 핸드볼에 대해 “대회 직전에는 ‘아웃사이더’로 평가됐으나, 빠른 스피드와 많은 패스를 앞세운 조직력이 대단한 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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