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 접근 차단한 고리원전 방사선환경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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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보름여 주민 공람 10건에 불과
안전 담보 없이 원전 수명연장 안 돼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부산시의회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부산시의회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고리원전 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 공람이 졸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편리한 접근이 차단된 일방적 절차로 공람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지난달 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고리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공람 대상은 부산 10개 구·군과 울산 5개 구·군, 경남 양산시 주민이다. 공람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으로 인한 주변 지역의 환경 영향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공람과 의견 개진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대부분 공람 자체도 모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공람을 위해서는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구·군청을 직접 찾아 그 자리에서 방대한 보고서를 읽고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수원 고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해당 문서를 열람할 수 있으나 파일로 내려받을 수 없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도록 해 내용을 제대로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한 달 보름여 진행된 공람 기간 부산 지역 10개 지자체의 주민 열람은 10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권위적 방식을 답습할 게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민간 전문가들을 통해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고 숙의를 통해 여론이 수렴될 수 있도록 공람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리 2호기 환경영향평가는 앞서 주민 안전을 무시한 채 작성됐다는 지적까지 받은 터였다. 중대 사고 때 주민 거주지역의 피폭선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포화상태인 고준위핵폐기물 대책도 빠졌다는 것이다. 중대 사고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자포리아 원전 포격 문제로 현실화하고 있는 사안이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가 전쟁이나 테러 등을 가정해 고리 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파괴되면 최대 76만 4천 명까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결과값을 공개하기도 했다. 산업부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론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되지 않아 파생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원전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활성화는 어디까지나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부울경 주민들로서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에 나서면서도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기존 원전의 핵폐기장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앞서 안전에 대한 철저한 보장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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