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년] 사드·칩4·한한령 등 현안 첩첩… 전략적 실용 외교 강화해야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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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미국, 경제=중국’ 외교 전략
신냉전 체제 속 변화 필요성 대두
시장 다변화 ‘차이나 리스크’ 차단
이념 배제 전략적 소통 유지 중요
한·중 젊은 세대 간 불신 해소
민간 차원 교류 방안도 고심해야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이전 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이용이 많아 안내판 등을 중국어 중심으로 만들어 운영했다. 연합뉴스 한·중 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이전 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이용이 많아 안내판 등을 중국어 중심으로 만들어 운영했다. 연합뉴스

24일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중국이 가속화되는 신냉전 체제에서 어떤 관계를 정립할지 주목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칩4,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등 민감한 현안 속 한국 정부가 균형 잡힌 외교로 실용과 안보를 모두 잡을지 주목된다. 칩4는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해 구축 중인 반도체 동맹이다.


■‘안미경중’ 시대는 갔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한국전쟁 이후 이어진 적대 관계를 끝내고 본격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덩샤오핑의 6·4 톈안먼 유혈진압 후 국제적 고립 탈출이라는 이해가 맞물렸던 것이다.

양국은 이후 ‘21세기를 향한 협력 동반자’(1998년)→‘전면적 협력 동반자’(2003년)→‘전략적 협력 동반자’(2008년)로 관계의 밀착도를 높였다. 특히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 정체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신냉전 체제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한·중 관계는 새로운 외교 기준을 찾아야 할 기로에 섰다. 특히 대중국 교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미국에 치중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제약할 정도까지 올라섰다.

대만 독립국가 인정, 사드 국내 배치,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구축 등 사안마다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도 ‘실익 없는 원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은 사드에 대해 ‘3불’(사드 추가 배지 중단, 미국 미사일방어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넘어 ‘1한’(기존 사드 운용 제한)까지 요구하며 한국의 외교적 결단을 압박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안보 이익을 놓치지 않으면서 경제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과 상생 관계를 유지하는 대중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해 외교 안보에서의 ‘차이나 리스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별 수출·수입액 모두 1위다.

실익을 따지는 사안에는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초 “미·중 전략경쟁 격화 등으로 한·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면서 “양국이 가치 기반의 상호존중 원칙을 이어가려면 상호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전략적 소통을 유지·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악화된 국민감정 해소돼야

정재호 주중 대사는 지난 5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인터넷상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 한국과 중국의 불신이 심하다. 개선 없이 한·중 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호감도는 23.9점으로 북한(29.4점), 일본(29.0점)보다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양 국가 사이의 불신은 2016~2017년 사드 배치와 맞물린 중국의 한한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국가일수록 국민감정 악화는 경제·문화 교류 등의 발목을 잡아 양국 모두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감정 해소를 위해 엔데믹을 기점으로 인적·문화적 교류를 서서히 늘려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적으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교류를 늘려 여론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인 것이다.

한 대중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청년 교류 프로그램 확대나 양국 간 비자 면제와 같은 대책들을 고심해야 한다”면서 “SNS 등에서도 양국 국민이 오해하는 사안을 해소하는 홍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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