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부터 피자에 초밥까지… 웃을 수만은 없는 ‘반값 전쟁’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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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당당 치킨’으로 포문
이마트, 피자·초밥도 파격가로
홈플러스, 반값 피자로 다시 맞불
물가안정 명분 전략적 ‘미끼 상품’
고물가 지친 소비자 반응 폭발적
골목상권 지키는 상생 가치 잊혀

반값 치킨 전쟁에 참전한 이마트가 반값 초밥과 피자까지 선보이면서 이른바 ‘반값 열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문현점 1층 즉석조리매장에서 초밥을 진열 중인 모습. 이마트 제공 반값 치킨 전쟁에 참전한 이마트가 반값 초밥과 피자까지 선보이면서 이른바 ‘반값 열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문현점 1층 즉석조리매장에서 초밥을 진열 중인 모습. 이마트 제공

치킨이 포문을 연 ‘반값 전쟁’이 유통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전방위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당당 치킨’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한 마리 6990원 치킨이 시발점이 됐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출시된 이 치킨은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1분에 5마리씩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곧바로 왕년에 ‘통큰 치킨’을 출시한 바 있던 롯데마트가 참전했다. 롯데마트는 한 마리 1만 5800원에 판매 중이던 ‘한통 치킨’을 제휴카드 할인 형식으로 8800원까지 낮췄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마트가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내놓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종전에 판매하던 ‘5분 치킨’의 가격을 4000원 끌어내린 것이다. 이마트는 치킨 6만 마리 분량을 마련해 점포당 하루 50~100마리 내놓고 있다.

‘반값 전쟁’에 참전한 이마트는 아예 전선을 피자와 초밥까지 확대했다.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피자를 1인 1판 한정으로 5980원에 출시했다. 18개짜리 e-베스트 모둠 초밥도 1만 2980원이라는 파격가에 선보였다. 치킨 역시 고객 반응을 살핀 후 새로운 타입의 델리 치킨 출시를 검토 중인 이마트다.

반값치킨 전쟁의 선구자 격인 홈플러스도 자체 브랜드 상품 중 하나인 시그니처 피자(2~3인분)를 정가 4990원에서 2490원으로 반토막 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홈플대란 시즌2’ 행사의 일환이다. 반값 치킨에 이어 반값 피자와 반값 초밥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반값 전쟁’이 치킨에 이어 피자와 초밥까지 확전된 건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그만큼 화제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행사 대부분이 방학과 휴가철 막바지를 노려 진행되고 있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큰 이슈와 맞물린 고객 호응이 싫지는 않다는 게 유통가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미끼상품을 구한 셈이다.

특히, 피자의 경우에는 치킨과 마찬가지로 도미노와 피자헛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가 줄줄이 추가 가격 인상 검토에 나선 상황이라 화제성이 더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이 유통업의 본질이자 숙명인 만큼 고객 반응이 더 뜨거워지면 반값 품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값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들 반값 제품이 미끼 상품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된 여론이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주도하는 ‘반값 전쟁’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지친 소비자 사이에서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중이다.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서는 반값 치킨 판매시간이 되면 매장 내에서 웨이팅이 이어진다. 온라인 중고 거래를 통해 이들 대형마트 치킨을 되파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외치던 여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반값 열풍이 채운 건 소비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자 소비자가 상생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경쟁으로 단가를 낮추는 치열한 시장경제 논리에 더 공감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침체로 불황 장기화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경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쉽사리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반값 열풍에 열광하더라도 이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식으로 편가르기 하거나 특정 업계를 벌주는 식으로 방식이 아니라 전향적인 자세로 이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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