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요, 영남 대표 문화콘텐츠로 한·일 도자문화 교류 창구 되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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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백 끝 25일 7차 부산요포럼
일본의 자랑 다완의 원류 부산요
계승할 만한 지역사… 의미 중요

제5회 부산요포럼 모습. 부산요포럼 제공 제5회 부산요포럼 모습. 부산요포럼 제공

문화적 내용을 알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부산요’와 ‘부산요포럼’이 그렇다. 설상가상 코로나19가 덮쳐 2018년 10월~2019년 9월 5차례 포럼 이후 2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 4월 6차 포럼을 연 데 이어 이번 25일 7차 포럼을 개최한다. 이들은 포럼을 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산요 발굴과 그 유산 복원, 기념비 건립, 문화 축제 개최와 도자기 문화 거리 조성, 나아가 부산 김해 양산 밀양의 도자문화와 도자산업을 연결하고 묶어내는 지역문화 네트워크 구축까지 내다보고 있다. ‘부산요 문화유산’을 현재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지역사의 중요한 한 줄기로 보는 것이다.

과연 ‘부산요’는 무엇이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부산에 있었던 왜관의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 1639~1717년, 78년간 존속한 조선 도자기 가마였는데,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다완의 원류가 이곳 부산요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의미 맥락을 짚을 수 있는 대단한 것이 부산에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요’는 초량왜관 한 모퉁이에 있었던 가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몇 가지 논점은 있을 수 있다. 안태호 부산요포럼 창립추진위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첫 번째 논점은 한국이 원류라고 해도 그 문화를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문화가 한 방향으로 흘러간 뒤 단절하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것이라면 ‘일본의 발전’을 통해 ‘조선 원류’를 재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요포럼의 관점이다. 일본 최고 국보라는 ‘기자에몽이도(喜左衛門井戶)’는 임진왜란 이전에 경상도 땅의 그릇 하나가 그대로 일본으로 흘러간 것이다. 일본 다도의 완성자 센노 리큐(1522∼1591)가 조선 사발의 빼어난 소박미를 철학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16세기까지 조선이 세계 최고의 도예 왕국이자 도자기 종주국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일본 최고 국보의 굵직한 뿌리가 부산요에 있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포럼 측의 입장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란을 도자기 전쟁으로 선포한 바탕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도자’가 있었으며, 부산 경남에 조선 도자의 큰 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 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에서 장작 가마가 최고 많은 곳이 부산 경남”이라며 “사라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는 그 역사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논점은 왜관의 ‘부산요’가 아니라 인근 경남 양산 ‘법기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있다는 것이다. 1639년 ‘부산요’가 만들어지기 전, 일본으로 그냥 흘러갔거나 일본 요청에 의해 만들었던 그릇은 ‘법기요’ 생산품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법기요만 사적 제100호로 지정돼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 집행위원장은 “굳이 법기요와 부산요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며 “두 곳의 가마가 같은 기술적 바탕에서 그릇을 만들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부산요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법기요보다 부산요가 일본 요구를 충당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법기요가 덜 중요한 게 아닌 것은 그 때문이다.

25일 오후 6시 30분 부산 중구 한성1918에서 열리는 7차 포럼은 여러 논점을 지양하면서 부산요 운영은 17~18세기 조선과 일본의 불가사의한 협업이라는 만만찮은 의미에 주목한다. 이날 ‘부산요의 도공’이란 주제 발표를 하는 조국영 도예가는 “조선에서는 사기장 흙 땔감을 제공하고, 일본 대마번에서는 다인과 보조 도공, 임금과 제작에 필요한 제반 물품을 댔다”며 “〈관수일기〉를 통해 조선 사기장 7명의 이름이 확인되는데 그들은 대마번의 특별 술과 안주, 파격적인 임금을 받으면서 즐겁게 일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래부 소속 왜관의 역할, 교류 거점으로서 부산의 역사를 확장하는 자료들이다. 안 집행위원장은 “부산요가 대표적인 영남권 문화콘텐츠이자 한·일 도자문화 교류의 창구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도자를 부산과 영남에서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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