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혜경궁 홍씨 화성 회갑 잔치, 준비서 후일담까지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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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궤, 8일간의 축제/KBS ‘의궤, 8일간의 축제’ 팀

의궤(儀軌)는 ‘의식+바큇자국=의식의 본보기’라는 뜻이다. 조선왕조는 국가나 왕실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모든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왕실의 혼례부터 궁궐과 성곽의 건축까지 중요한 행사를 놓치지 않았다.

의궤가 다른 기록물과 다른 점은 글에 그림을 붙여 시각 중심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록 방식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가운데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는 ‘의궤 중의 의궤’로 꼽힌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사도세자의 무덤이 있는 수원에 8일 동안 행차한 일을 기록한 보고서이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이 의궤를 방송과 영화로 다루었던 KBS 기획을 책 형태로 묶은 것이다. 1795년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는 해였다. 왕은 화성에서 잔치를 열기로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했다. 행차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컸다. 6000명에 달하는 수행원은 1km가 넘는 행렬을 이루었고, 그 안에 포함된 군사의 수는 도성 병력의 절반에 육박했다.

출발에서 귀환까지 총 8일간은 정조의 명으로 만든 의궤에 낱낱이 기록되었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여정 준비 과정에서 후일담까지 시간순으로 일어난 일들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 낸다.

또한 여기에 실린 120컷의 천연색 이미지들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기록은 혜경궁이 탄 가마의 제작법에서 기생의 복장과 막일꾼의 품삯까지 적을 정도로 상세하다. 그림은 원근법과 투시도법 같은 혁신적인 서양화 기법을 채택해 놀라움을 안긴다. KBS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작팀 지음/민음사/220쪽/2만 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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