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금융당국 ‘주의보’ 발령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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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대면편취형 등 수법 진화
휴대폰에 악성프로그램 설치 후
중간에서 확인 전화 가로채기도
금융당국 “전화 통한 접근 자체 경계
의심 땐 은행 등 직접 방문 필요”

금융당국은 내달 1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500만 원 이상 현금 인출 때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현금 인출 때는 영업점 직원이 현금인출 목적, 타인과 통화, 휴대폰 앱 설치 등을 직접 문의한다. 시중 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부산일보DB 금융당국은 내달 1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500만 원 이상 현금 인출 때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현금 인출 때는 영업점 직원이 현금인출 목적, 타인과 통화, 휴대폰 앱 설치 등을 직접 문의한다. 시중 은행의 현금인출기 모습. 부산일보DB

“검사입니다. 계좌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세탁에 사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해주십시오.”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의사 A 씨는 지난 6월 말 이 같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자신을 검사로 소개한 남성은 구속영장 파일까지 보내며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평소 뉴스를 자주 보던 A 씨는 우선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금융감독원 등 관계 당국에 전화를 수차례 걸었던 A 씨는 결국 41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뜯겼다.


어떻게 된걸까? 문제는 검사를 사칭한 남성이 미리 보낸 ‘인터넷 링크’를 통해 악성프로그램이 설치됐던 탓이다. A 씨의 휴대전화로 금감원, 경찰, 은행 등에 전화해서 물었는데 모두 범죄조직이 전화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생경제 범죄의 엄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이처럼 ‘속수무책’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의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물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발생한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올 상반기에만 55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속인 뒤 대포통장으로 입금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피해 건수도 총 13만 건, 피해액은 8836억 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전화를 통해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직접 현금을 인출시켜 가로채는 ‘대면편취형’ 수법이 늘어나는 추세다. 41억 원을 뜯긴 의사 A 씨도 이 같은 수법에 당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전화’ 등을 통한 접근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본인이 어떤 사건에 연루가 됐다는 압박을 받더라도 차분하게 직접 은행이나 금융당국, 경찰청 등에 방문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화 등을 통해 수사나 조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며 “불안하더라도 직접 관계 기관을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의 금융지원 상품을 빙자한 ‘스미싱(문자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저금리 지원 대출이나 고금리 상품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각종 지원금 등의 신청을 전화나 문자 등으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이 같은 문자 등을 받게 되면 우선 의심을 하고 해당 지원금이나 대출과 관련한 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편 다음 달 1일부터는 은행 창구에서 5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하기가 까다로워진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성별·연령 등 고객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문진을 실시키로 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영업점 직원이 현금인출 목적, 타인과 통화 및 휴대폰 앱 설치 등을 직접 문의하도록 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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