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승리’에 활짝 웃은 이준석… ‘정치적 승리’ 굳히기는 힘들 듯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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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야기’ 당내 감정 더 악화
절대 다수가 ‘추가 징계’ 동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7일 경북 칠곡군 선영을 찾았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7일 경북 칠곡군 선영을 찾았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가 친정인 국민의힘과의 ‘법적 투쟁’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을 ‘정치 판결’이라고 폄훼하지만, 법률가들이 즐비한 집권여당과의 법정 공방에서 ‘단기필마’로 완승을 거둔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이 전 대표의 특출한 ‘싸움 능력’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 인용 다음날인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북구떡볶이페스티벌’에 참석, 공개 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날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종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즐겼다. 그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석 성묘차 TK(경북 칠곡)를 와야 했다”며 “(칠곡에 머무르며)대구, 구미, 안동을 들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 잡고 살아왔던 칠곡에 머무르면서 책을 쓰겠다”고 알린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 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결정 직후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경우, 비대위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을 축출한 당의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끝까지 법적 투쟁과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법적 승리에도 정치적으로는 패배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법원 결정 이후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감정은 더 악화됐다. 일부 반대에도 당내 절대 다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촉구하는 데 동의했다. 이로 인한 이 전 대표 측의 추가적인 법적 대응 등 리스크가 크지만, 그런 점들을 고려하기에는 양측 모두 감정이 골이 너무 깊어진 상황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요구 결의와 관련, “이번 법원 가처분에 따른 당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6개월 직무정지를 당한 사태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징계와 비대위 전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던 사람들도 이제는 더 이상 타협하자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이 전 대표가 지목한 ‘윤핵관’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복귀해 당의 중심에 다시 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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