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영어상용도시’ 본격화… 국어·시민단체, 철회 촉구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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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육청과 협업 기구 구성
조직개편 때 전담 부서 신설”
연내 세부 전략 등 수립 방침
정책반대국민연합 기자회견
“국어 발전 막고 사교육 부담”
전국 단위 시민운동도 계획

부산의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국어단체가 참여하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부산의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국어단체가 참여하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부산시가 공교육 부문 영어 교육 혁신을 포함한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본격화하고 나서자 부산을 비롯한 전국 국어단체와 지역 시민사회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부산시는 29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각각 추진 전담부서와 협업을 위한 상설기구를 구성해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또 부산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단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이미 이달 조직개편 때 영어상용도시 추진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영어상용도시 정책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이들 기구를 통해 영어상용도시 추진 체계를 정비하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연내 세부 추진 전략과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어상용도시는 도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영어 교육 환경 조성, 글로벌 금융중심지 완성과 기업 유치,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환경 조성 등을 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 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 4대 전략에 따라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들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공교육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초·중·고교 학교 현장의 영어 교육 변화가 예상된다. 공공기관 영어 행정 서비스 제공, 시정 주요 정보의 영어 서비스 제공 등 공공 부문의 영어 활용 역시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추진 본격화에 전국 국어단체와 부산 시민단체들은 반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부산의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국어단체가 참여하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나 북유럽처럼 적은 인구에 여러 언어를 사용해야 해 불가피하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이를 인위적으로 강행하는 건 무모한 실험이며, 영어남용이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국어기본법을 어겨 국어 발전을 가로막고, 실패한 사업 답습으로 예산 낭비와 사교육 부담을 키우며, 공공 생활에서의 정확한 소통을 방해하고, 부산시 행정을 왜곡하는 등 크게 4가지다. 이들 단체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며 “하루빨리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책 철회가 되지 않으면 전국 단위 시민운동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산시도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영어상용도시 추진 배경과 목표, 추진 방향 등을 담은 설명자료를 내며 우호 여론 조성에 나섰다. 이 자료에는 문답 형식의 ‘영어상용화 추진, 사실은 이렇습니다’ 별첨 자료도 첨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시민 관심이 크지만 우려 목소리도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영어상용도시는 ‘특정 영역에서 영어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영어공용화와는 다르다”며 “시민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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