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대수냐”… 모래주머니로 쌓고, 끈으로 고정하고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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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초비상
‘역대급 태풍’ 대비 분주했던 주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면서 북상 중인 4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상인들이 태풍에 대비해 가게 앞에 방수막을 세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면서 북상 중인 4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 상인들이 태풍에 대비해 가게 앞에 방수막을 세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11호 태풍인 힌남노가 5일부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부산시 등 관계기관이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태풍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야기한 태풍 매미, 차바 등의 위력을 능가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10시께 찾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바다와 인접한 마린시티 인근 상인들은 태풍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가게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높게 쌓았고 선반 위에 있던 무거운 비품들도 바닥에 내려놓았다.

피해 우려 상인들, 영업 중단하고 대비

부산시 등 관계기관 비상대응체제 돌입

경찰, 침수지 등 점검… ‘을호’ 비상령

윤 대통령, 점검회의 갖고 완벽 대응 지시

마린시티 인근의 한 카페 출입문에는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 문구도 붙어 있었다. 해당 카페 내부 의자와 테이블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마린시티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흥철(58) 씨는 “방파제가 있지만 높이가 낮아 큰 파도가 치면 바닷물이 가게 안까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게 안으로 물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았고 물품들은 실내 안전한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대풍속이 초속 50m 수준으로 예상되는 강한 위력의 태풍 힌남노가 5일부터 부산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부산시 등 유관기관도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지난 2일 부산시청 영상회의실에서 태풍 힌남노 대비 관련 관계기관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부산시를 비롯해 각 구·군 부단체장과 부산시교육청, 부산항만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형준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침수우려지역에 대한 사전 현장점검과 배수펌프, 양수기 등 장비 상태 점검 등을 당부했다. 회의 이후에는 재해위험지역인 서구 암남2지구와 영도구 영선2지구 현장을 찾아 태풍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교육청, 경찰 등도 태풍피해 예방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태풍 영향권에 드는 5일 학교장이 기상 상황을 고려해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6일에는 모든 학교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한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초량지하차도, 우장춘로, 연안교 등 상습 침수지 82곳과 마린시티로, 가덕해안로 등 월파 우려 지역 5곳을 사전 점검했다. 또 부산 전역에 설치된 신호등, 교통안전표지 등 교통안전시설물도 점검했다. 경찰은 5일부터 교통 ‘을호’ 비상령을 내리고 교통경찰 인력을 113명에서 518명으로 대폭 증원해 태풍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각 구·군에서도 임시대피명령 등의 예방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동구청은 4일 오후 침수위험지역인 자성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임시대피명령을 내렸다. 해운대구청의 경우 월파 피해가 예상되는 마린시티와 미포, 청사포 등 해안가와 인접한 상가 150여 곳에 5일 오후 6시 전까지 인근 학교로 대피할 것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전달한다.

해운대구 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힌남노의 경우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태풍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상돼 강풍, 월파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태풍 힌남노와 관련,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면서 "정부가 한발 앞서 더 강하고 완벽하게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힌남노 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태풍 진행상황과 전망, 정부의 대비상황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고 이같이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집중호우의 상흔이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 힌남노가 북상해 국민들 걱정이 더 클 것"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이번 태풍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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