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라인 벗어나자 펜스 달려간 골키퍼에 ‘레드카드’ 왜?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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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FA컵 1라운드 경기 중
블랙필드FC 골키퍼 마세코
후반 31분 급한 볼일 해결
상대 팀 항의에 주심 퇴장 판정

축구 경기 도중 선수가 ‘급한 용무’를 보면 어떻게 될까. 영국에서는 바로 퇴장당했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 중 소변을 참지 못한 골키퍼가 주심에게서 레드카드를 받은 해프닝을 보도했다.

잉글랜드 9부리그 소속인 블랙필드FC와 셰프턴FC의 FA컵 1라운드 경기 도중 블랙필드의 코너 마세코 골키퍼는 후반 31분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라인 근처에 세워진 펜스로 달려갔다. 참아 왔던 소변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상대 팀인 셰프턴 선수들이 주심에게 “저 선수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쳤고, 주심은 상황을 파악한 뒤 마세코 골키퍼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경기 뒤 블랙필드의 코너 매카시 감독은 “선수가 꼭 (화장실에) 가야만 할 때가 있다. 공도 밖으로 나간 상황이었고, 마세코도 펜스 쪽에서 최대한 노출이 안 되도록 볼일을 봤다”면서 “퇴장까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매카시 감독 말대로 선수가 경기 도중 ‘볼일’을 본 사례가 드물지만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10월 잉글랜드 6부리그 브래드퍼드 파크 애비뉴와 셀퍼드 시티의 경기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셀퍼드가 2-1로 앞선 후반 40여 분께 골키퍼 맥스 크로콤비가 소변을 본 것. 크로콤비 골키퍼 역시 주심에게서 퇴장 명령을 받았다. 당시 브래드퍼드 관중들은 “지고 있는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201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골키퍼가 소변 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독일의 명키퍼로 알려진 옌스 레만. 2009년 12월 열린 VfB슈투트가르트(독일)와 우니레아 우르지체니(루마니아)의 경기에서 슈투트가르트 레만 골키퍼는 슈투트가르트가 상대 진영에서 공격하는 사이 급하게 필드 밖으로 뛰쳐나와 광고판 뒤에서 볼일을 봤다. 당시 중계 카메라엔 레만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일을 보는 장면이 그대로 찍히기도 했다.

심판이 그 장면을 보지 못한 게 행운(?)이랄까. 레만은 아무런 카드도 받지 않았다. 경기는 슈투트가르트가 3-1로 이겼다.

한편, 블랙필드와 셰프턴은 0-0으로 비겨 재경기를 치르게 됐다. 양 팀은 구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재경기 일정을 발표하며 “경기장에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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