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방파제 무너지고 침수 차에 갇히고… 물 폭탄에 ‘아수라장’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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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지역 피해 현황

떨어진 건물 외벽에 상처 입고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고립
부산 곳곳 정전… 시민 불편 겪어
경남, 낙과 등 농가 피해 커
울산 곳곳에서 침수 등 속출

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방파제가 높은 파도에 파손돼 바다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방파제가 높은 파도에 파손돼 바다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밤새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해운대구 청사포 방파제가 무너지고 불어난 물에 운전자가 차 안에 갇히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오후 9시부터 태풍이 상륙한 이날 오전 10시까지 소방에 총 306건, 경찰에 231건의 태풍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부산에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없었지만 강풍과 월파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부산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총 4명, 구조자는 1명이다.

이날 사하구와 북구에서는 6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강풍으로 깨진 유리창 파편이 튀면서 팔과 손목에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6시 52분에는 기장군 기장소방서의 한 구조대원이 현장 활동에 나섰다가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오전 7시 11분 부산진구 전포동에서는 30대 남성이 떨어진 건물 외벽의 일부에 이마 부상을 입었다.

해안가 인근에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사람이 고립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4시 58분 서구 암남동 송도해변로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침수로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은 승용차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차량 안에 있던 50대 남성을 구조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에서는 한 유튜버가 파도에 휩쓸릴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전날 오후 11시 40분께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에서 한 유튜버가 태풍 상황을 생중계하다가 방파제를 넘어온 큰 파도에 휩쓸려 마린시티 상가 쪽으로 밀려 나갔다.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으면서 시설물도 파손됐다. 6일 오전 5시께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방파제 일부가 무너졌다. 이곳은 앞서 지난달 초 남방파제 등대를 지탱하던 방파제 일부에 균열이 확인돼 공사가 이뤄진 곳이다. 이번 태풍으로 한 달 만에 같은 방파제가 또 무너졌다.

강풍으로 기장군 신고리원전 1호기 가동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이날 오전 6시께 태풍 영향으로 신고리 1호기 터빈 발전기가 멈췄다고 밝혔다.

부산 곳곳에서 정전사고도 잇따르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부산 지역 총 1만 1605가구가 정전됐고, 현재 1만 1602가구의 전기가 복구된 상태다.

경남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경상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229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태풍이 상륙한 오전 3~5시 거제와 통영, 창원을 중심으로 강풍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고 간판이 흔들리는 등 2차 사고 우려 신고가 계속됐다. 또 남해군 남해읍 한전 남해변전소가 침수돼 소방 당국이 긴급 배수 지원 작업을 벌였다.

농가 피해도 컸다. 잠정 집계된 규모만 농작물 507ha, 시설물 9.2ha다. 벼가 넘어지거나 침수되는 피해가 224ha, 배·사과 등 낙과 피해가 249ha, 기타 밭작물 피해 34ha로 확인됐다. 시설물은 모두 비닐하우스다. 11개 시·군 7675세대는 한때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한 건도 없었다.

울산에선 폭우로 인한 수난사고와 정전,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오전 1시께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20대 남성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 당국과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이 남성은 일행 6명과 음주 상태로 하천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물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구 성끝마을과 일산진, 북구 도담마을 등 5곳 마을 32가구 주민 57명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울산교육수련원 등으로 일시 대피했고,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일대 141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기도 했다.

상습 침수지역인 중구 태화종합시장 일대는 이번엔 피해를 면했다. 태화시장은 2016년 태풍 ‘차바’ 때 300여 상점이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도 발생한 곳이다. 울산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울산소방본부의 ‘대용량포 방사시스템’까지 시장에 배치해 배수에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우려했던 침수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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