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청 이전 끌어낸 간사이광역연합의 힘… 비결은 내적 결합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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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오사카를 가다] 간사이에서 찾은 메가시티 해법

12개 참여 지자체 실용적 결합 노력부터
통합 위해 박람회·게임 이벤트 공동 추진
오랜 요구 끝에 정부기관 교토 이전 성과
부울경특별연합, 예산 동반 사업에 치중
정부에만 기대기보다 내부 성장동력부터

간사이광역연합 사무실 입구에 ‘2025오사카간사이엑스포’ 포스터를 비롯해 간사이 소식을 전하는 팸플릿들이 구비돼 있다. 간사이광역연합 사무실 입구에 ‘2025오사카간사이엑스포’ 포스터를 비롯해 간사이 소식을 전하는 팸플릿들이 구비돼 있다.

일본이 국가의 균형발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오사카와 교토, 고베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경제계는 1960년대에 벌써 도쿄 중심의 수도권으로 정치와 경제 행정이 집중되는 데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일이 2010년 간사이지역 6개 광역지자체가 연합해 발족시킨 간사이광역연합이다.

10년 넘게 광역연합을 운영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간사이지역은 이제 막 메가시티 구축의 첫발을 뗀 부산과 울산·경남의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뭉쳐야 살고, 움직여야 변한다

요즘 간사이지역에는 ‘문화청 교토에’ 로고 마크 사용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교토부, 교토시, 교토상공회의소가 참여하는 문화청교토이전준비실행위원회 주관으로 펼쳐지는 캠페인이다. 위원회는 색깔과 크기에 따라 모두 4가지 디자인의 로고를 제작해 기업과 단체들이 사용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청 교토 이전은 간사이광역연합이 성취한 정부기관 이전 사례다. 일본 정부는 간사이의 계속된 요구에 2016년 문화청의 교토 이전을 결정했고, 5년 만에 실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일본 내에서 중앙 정부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드문 사례로, 간사이광역연합이 출범 후 지속적으로 요구해 이뤄 낸 성과 중 하나다. 간사이지역은 그동안 통계리서치센터, 소비자청 소비자행정실미래창조사무소 등의 정부기관 이전을 이끌어냈다. 간사이광역연합 기획과 하마다 유미코 과장은 “정부기관의 지방 이전 사례는 간사이 이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은 도쿄에 정치와 경제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 같은 도쿄일극주의 해소와 지방분권 실현에 간사이가 주도적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간사이광역연합의 이런 성과는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부울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는 부울경이 사상 처음 광역지자체가 참여하는 특별연합을 출범시키며 메가시티 구축의 첫발을 뗐다. 부울경은 특별연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앙정부 권한 이양, 자치재정 실현 등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부울경 내부에서 이견을 보이며 주춤거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간사이는 기능 결합·의식 통합 먼저

부울경특별연합은 외형적으로 간사이광역연합과 닮아 있다. 간사이광역연합 조직은 참여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각각 참여하는 광역연합위원회, 광역연합의회를 중심에 두고 사무국이 실무를 맡는 구조다. 부울경특별연합 역시 참여 지자체와 광역의회가 각각 특별연합과 특별연합의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간사이광역연합의 경우 기능적·실용적 결합 노력부터 진행, 다양한 성과를 낳고 있다. 12개 참여 지자체는 방재, 관광·문화·스포츠 진흥, 산업 진흥, 의료, 환경보전, 자격시험·면허, 직원연수 등 7개 사무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수시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보완을 하고 있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사후 대책을 광역연합 내 관련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논의하는 식이다.

간사이광역연합은 주민 삶과 의식을 통합하려는 여러 시도도 진행한다. 간사이지역이 하나가 돼 2025세계박람회를 유치하고 공동으로 준비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간사이 통합 노력의 일환으로 2027년에는 글로벌 게임 이벤트인 월드마스터즈게임즈 개최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부울경특별연합은 4월 출범 당시 모두 70개 사무를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로 건설, 교통망 구축 등 3개 지자체 기존 사업이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자체 중심으로 특별연합 준비가 이뤄지다 보니 예산을 딸 수 있는 사업들을 무리하게 집어넣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제적 효과가 과도하게 강조되다 보니 부울경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질적 성장 위한 자체 노력도 필수

간사이광역연합 역시 발족 10년을 넘겼지만 공동 사무를 비롯한 기본 구조에 큰 변화는 없다. 자체 협력 사업들은 참여 지자체나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협력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광역연합 출범의 주요 목적인 지방분권화 사회 실현, 중앙 정부 기능 이양 등은 진척이 더딘 게 사실이다. 하마다 과장은 “수도와 간사이 두 개 지역에 기능이나 역할이 분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광역연합의 궁극적 목표이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앙정부에 기대기만 해서는 메가시티 구축의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간사이는 2025엑스포를 치르면서 생명과학 등 첨단산업 육성에 애쓰고 있다. 간사이광역연합산업협의회 구보타 씨는 “2030엑스포를 계기로 신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으며 스타트업 거점 육성, 기업 고도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울경 역시 국가 예산을 따내 인프라를 구축하는 식의 특별연합 운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울경 기간산업을 고도화하거나 수소산업 육성, 첨단 신산업 유치 등을 통한 성장 역량을 갖추려는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 부울경 내 대학이나 연구기관 간 교류나 협업도 한층 확대해 나가야 한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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