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표류 끝내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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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010년 사업 계획 수립
2016년 민간에 사업권 넘겨
성곽 발굴 이유로 공사 중단

삼정, 사업계획 변경승인 신청

(주)삼정코아건설이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내 1041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광도면 죽림리 703번지 일대. 한때 땅 고르기 작업으로 황톳빛 속살을 드러냈던 개발 부지에는 다시 수풀이 우거졌고, 방문객과 작업 인부들로 북적이던 견본주택과 현장사무소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주)삼정코아건설이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내 1041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광도면 죽림리 703번지 일대. 한때 땅 고르기 작업으로 황톳빛 속살을 드러냈던 개발 부지에는 다시 수풀이 우거졌고, 방문객과 작업 인부들로 북적이던 견본주택과 현장사무소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경남 통영시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재개된다. 사업 부지에서 조선시대 유적이 발견된 데 이어, 인접 학교 학습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멈춰 선 지 6년여 만이다.

통영시에 따르면 최근 민간사업자인 (주)삼정코아건설이 광도면 죽림리 703번지 일원 6만 1526㎡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사업 대상지는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내 아파트 용지다. 삼정코아건설 측이 제시한 단지 규모는 지하 3층 지상 25층 10개 동 1041세대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분양과 착공이 가능하다.

애조원지구 도시개발은 지역 관문에 자리 잡은 한센인 집단거주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공영 개발 성격으로 통영시장이 사업시행자로 나서, 2010년 사업 계획을 수립해 2013년 일대 20만 9292㎡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총사업비 632억 원을 투입해 1269세대(14개 동) 아파트 단지와 236세대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토지 보상에 발목 잡혀 지연되다가 2016년 민간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넘겼다. 이후 그해 11월 첫 삽을 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개발 현장에서 조선시대 중요 유적이 발굴되면서 공정률 25%에서 중단됐다. 당시 향토사학계는 사업 부지 내 옛 원문성 터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원문성은 통영성을 감싼 외성으로 1682년(숙종 8년), 삼도수군통제사 원상이 통제영 군영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세웠다. 이를 토대로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약 100년 전까지 실존했던 성곽이 드러났다.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내에서 발견된 옛 원문성 유적. 기초석 형태가 온전한 폭 3.5~4m의 성벽이 97m 정도 끊김 없이 발굴됐다. 부산일보DB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내에서 발견된 옛 원문성 유적. 기초석 형태가 온전한 폭 3.5~4m의 성벽이 97m 정도 끊김 없이 발굴됐다. 부산일보DB

특히 기초석 형태가 완벽한 폭 3.5~4m의 성벽이 97m나 끊김이 없이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성벽을 포함해 주변 일대 1800㎡를 ‘보존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아파트 1개 동(80세대) 건립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사업자는 나머지 13개 동 층수를 1~3층(최고 25층)씩 높여 설계를 변경했다.

그러자 이번엔 인근 학교가 반발하고 나섰다. 분양 개시 이후에야 층고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동원중·고등학교는 학습권, 조망권에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며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학교와 아파트 단지의 거리는 40m 남짓. 학교 측은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학교 주변 건축물이 교육 여건에 애초보다 나쁜 영향을 주거나 용적률, 위치, 층수 등의 변화가 있으면 교육환경평가를 다시 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통영시는 해당 법률이 아파트 허가 신청 접수 이후 시행돼 적용 대상이 되지 않고 층수 조정 허가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결국 학교법인은 통영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 고층화로 인한 교육 환경 침해가 뻔한 데도 학교 측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는 이유다.

통영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조감도. 부산일보DB 통영 애조원지구 도시개발 조감도. 부산일보DB

1년 넘게 갑론을박하던 양측은 2018년 5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학교 앞을 가리는 6개 동(49세대)의 층수를 낮추는 대신, 나머지 7개 동 층수를 높여 전체 세대 수는 유지토록 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했던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정작 사업 정상화는 요원했다. 참다못한 수분양자들의 무더기 계약 해지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 시행·시공사로 역할을 분담했던 공동사업자 간 갈등이 증폭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양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사실상 방치됐다.

이 때문에 땅 고르기 작업으로 황톳빛 속살을 드러냈던 개발 부지에는 다시 수풀이 우거졌고, 방문객과 작업 인부들로 북적이던 견본주택과 현장사무소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 것으로 인식됐다.

통영시 관계자는 “그동안 꼬여 있었던 다양한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안다”면서 “사업계획 변경 신청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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