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선천성 기형, 웬만하면 수술로 치료”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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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 베스트 클리닉] ① 동아대병원 남소현 교수의 소아외과 클리닉

소아외과 전문의 인력난 심각 여전
서혜부 탈장 합병증 오기 전 수술
급성충수염 천공 진행 전 돌기 제거
장중첩 대장 부풀려 말린 곳 풀어야
안면부 발생 림프관종 성형 필요도

동아대병원 소아외과 클리닉 남소현 교수(오른쪽)는 림프관종, 항문막힘증 등 선천성 기형과 배변장애 질환 분야에 권위가 높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소아외과 클리닉 남소현 교수(오른쪽)는 림프관종, 항문막힘증 등 선천성 기형과 배변장애 질환 분야에 권위가 높다. 동아대병원 제공

세계와 경쟁하는 부산 의사들의 최신 수술법을 소개하는 ‘베스트닥터 & 베스트클리닉’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부산시와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 2019년 ‘의사가 추천하는 부산 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뽑은 분야별 명의와 부산시 선정 외국인환자유치 선도 의료기관 소속 의료진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인터뷰 동영상은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로 번역해 해외 사이트에도 업로드하게 된다.

남소현 교수는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유일한 소아외과 세부분과 전문의다. 선천성 기형과 배변장애 등 수술이 필요한 외과 질환을 ‘엄마의 마음’으로 친절하고 꼼꼼하게 진료해 주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에서 소아외과 교수가 신부가 되고 싶어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병원장이 ‘그렇게 되면 우리 병원 소아외과는 문을 닫아야 된다’고 만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황이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는가.

“제가 2006년에 외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곧장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외과 펠로 과정을 시작했다. 그 때도 전국에 소아외과 펠로가 3명이라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아외과를 지망하는 전문의 수는 1년에 3명 내외다. 저출산으로 소아외과에 대한 수요도 더 줄어들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필수 의료인력 충원 논의가 활발하다.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소아외과 인력난은 어느 정도인가.

“저를 포함해 양산부산대병원, 창원 경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에서 총 4명이 진료하고 있다. 휴가나 학회 등으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얼마전 광주에서 3살배기가 충수염 수술을 못 해서 대전까지 이송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게 대한민국 소아외과의 현실이다.”

-소아외과에서 외래로 가장 많이 오는 다빈도질환은 서혜부 탈장일 것이다. 서혜부 탈장의 치료 원칙은.

“사타구니에 생긴 탈장은 진단된 나이와 상관없이 빨리 수술해 주는 것이 좋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고환이 배 안에서 바깥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던 구멍이 막히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구멍을 통해 탈장이 생긴다. 대부분은 내려왔던 장들이 배에 힘을 빼면 저절로 들어가는데, 간혹 내려와 있는 장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멍 사이에 오래 끼어 있으면 장이 썩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일찍 수술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응급상황에서 찾아오는 급성충수염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충수염은 증상이 장염과 비슷하고 아이들이 분명히 아픈 곳을 짚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초음파나 CT를 찍기 전에는 진단하기 어렵다. 충수염이 터져 천공이 일어나면 감염과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충수돌기의 장벽 자체도 얇기 때문에 빠르게 천공이 진행된다. 천공이 되기 전에 빨리 수술로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이미 천공이 된 상태라면 상황에 따라 항생제 치료를 먼저 진행하고 기다렸다가 수술을 결정하기도 한다.”

-장중첩도 흔한 질환이다. 소장과 대장 사이로 장이 말려 들어가면 어떻게 처치하나.

“장중첩증 환자의 대부분은 감기나 장염 등 다른 염증을 앓고 난 이후에 소장의 림프절이 커지면서 발병한다. 일찍 진단되면 엑스레이를 보면서 항문으로 가스나 생리식염수를 넣어 대장을 부풀려서 압력으로 말려들어간 장을 밀어내는 시술을 한다. 성공률도 90% 정도로 매우 높다. 이미 장이 말려 있는 상태로 오래 경과한 경우에는 괴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응급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장중첩의 원인 중 10% 정도는 소장에 용종이나 종양, 멕켈씨 게실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동반된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신생아의 소화기관에 생기는 선천성 기형질환이 아주 다양하다. 소장폐쇄, 항문폐쇄, 탈장 등 막히거나 탈출하는 질환이 신생아에서 많은 이유는.

“태아의 소화관은 하나의 긴 튜브로 항문에서 입까지 연결된 상태로 발달한다. 이 중 어느 과정에서 하나라도 끊기면 식도나 십이지장, 소장 등이 막히게 된다. 횡격막이나 복벽 등은 태아기에 여러 방향에서 근육들이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데 어느 한 군데 결손이 생기면 그 부분을 통해 돌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림프관종이라고 불리는 림프관 기형은 어떻게 치료하나.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머리만 한 커다란 물혹을 얼굴에 달고 태어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 목과 얼굴에 생기는 경우가 약 70%이기 때문에 안면부 성형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술이 어려울 때는 병변에 주사제를 넣어주는 경화요법으로 치료를 한다. 최근 들어 기존에 신장이식에 사용되던 면역억제제가 난치성 림프관 기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3~4년 전부터 환자들에게 많이 쓰고 있다.”

-항문막힘증이라는 하는 쇄항은 위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쇄항은 출생 직후에 저위형인지 고위형인지를 구분한다. 우선 저위형이라 함은 항문이 있어야 할 정상 위치 주변으로 태변이 내려오는 직장의 끝이 자그마한 구멍으로 보이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한 번의 수술로 항문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수술 후 배변 기능도 좋다. 반면 고위형은 직장이 방광이나 요도, 질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항문 주변의 피부는 육안으로 봤을 때 완전히 막혀 있다. 이러한 고위형으로 진단되면 먼저 대장으로 인공항문을 만들어주고, 3~4 개월 후에 직장과 연결된 샛길들을 제거하고 항문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2차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처음 만들었던 인공항문을 닫아서 모든 장을 연결해 주는 3차 수술이 진행된다. 수술을 한 번에 마칠지 아니면 3번의 수술을 해야 할 지를 출생 2~3일 이내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술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술 후에 잘 회복해서 잘 자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기들은 강하다. 또 대부분의 소화기계 선천성 기형들은 유전병이 아니니 다음 임신 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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