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수처리해도 헛일' 부산 수돗물 진실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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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할수록 발암물질 증가 건강 위협
국가정책 차원에서 식수 문제 해결을

환경단체 등이 녹조로 범벅이 된 낙동강 강물을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단체는 8월 4일 이후 물금, 매리 취수장 채수를 시작으로 낙동강 구간 전역의 독소를 자체 조사했다. 정종회 기자 jjh@ 환경단체 등이 녹조로 범벅이 된 낙동강 강물을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단체는 8월 4일 이후 물금, 매리 취수장 채수를 시작으로 낙동강 구간 전역의 독소를 자체 조사했다. 정종회 기자 jjh@

얼마 전 부산 지역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처음으로 검출돼 충격을 던졌다. 더 충격적인 건 정수된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부산물의 검출량까지 급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7월과 8월의 총트리할로메탄 검출량(L당)이 부산 화명정수장의 경우 0.055mg과 0.051mg을 기록했고 덕산정수장은 0.043mg과 0.045mg을 나타냈다. 경남 창원에서도 0.041~0.059mg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는 최근 7년 동안 0.05mg 안팎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처리 필수 공정인 소독 과정에서 주입한 염소가 상수원수의 유기물을 만나서 생성된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신장과 간에도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독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 발생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수질이 나쁜 물을 고도로 정수처리한다는 것은 또 다른 발암물질의 유발을 증대시킨다는 뜻이 된다. 미량에서는 즉각적인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그런 수돗물로 매일 씻고 마시는 등 장기간 노출된다면 안전과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총트리할로메탄의 경우 현재 국내의 먹는 물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인 L당 0.1mg이다. 하지만 호주(0.025mg)처럼 물 건강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총트리할로메탄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해수욕장과 도심 하천, 수돗물에까지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된 데 이어 안타깝게도 정수 소독의 부산물까지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를 고려할 때 향후 더 많은 녹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소독 약품이 투입되고 소독 부산물 또한 급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원수에 소독 약품을 잔뜩 넣고 기준치를 충족시켰다고 해서 건강한 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수 개선 없이는 안전한 물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다시 원수의 중요성으로 귀결된다.

원수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낙동강 수질 개선이 근본적인 방책이겠으나 냉정히 말해 이는 ‘백년하청’이다. 당장 주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먹는 물 문제만이라도 먼저 해결돼야 한다. 부산은 20여 년간 식수원을 바꾸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물 자원 고갈을 우려하는 경남 지역의 반대에 부딪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역시 구미시와의 갈등에서 드러났듯 비슷한 처지다. 정부가 물 문제를 지자체에만 맡겨 놓을 때가 아니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상생 발전을 다짐했던 지자체 간의 물 나눔 방안도 단체장이 바뀌자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정부가 상수원 지역에 대한 합리적 보상 대책을 세우는 등 정책 역량과 의지를 보여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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