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도 고향 땅 못 밟은 강제징용 유해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기타큐슈 영생원 조선인 유해
본적지·유족까지 확인됐지만
한·일 정부 미적거려 봉환 불발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산일보DB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산일보DB

일본 현지에 아직도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됐다가 숨진 조선인 유해 수천 위가 있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봉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가 나서 신원이 확인된 유해의 한국 봉환을 추진(부산일보 7월 6일 자 1면 보도)하지만 정부는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먼저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해 이중적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강제징용 자체를 부정해 유족이 직접 봉환하지 않는 한, 강제징용 유해의 국내 봉환이 장기간 표류할 공산이 크다.

12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제징용 국외 희생자 유해 가운데 현재 일본에 있는 봉환 대상 유해는 6812위에 달한다. 이 규모는 ‘강제동원 지원 특별법’에 따라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결과다. 따라서 유해 규모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일본 후쿠오카현 고쿠라교회 영생원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실태실지조사 등에 따르면 조선인 유해 38위가 새로 발견됐다. 재단은 ‘부산경남지역 학생의 일제 군사시설 강제동원실태’ 등 4건의 용역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의 신원이 파악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유해 봉환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 규슈 기타큐슈시 영생원의 유해 중 4명의 본적지 등이 밝혀졌고 2명은 유족까지 확인됐지만, 올해 추석 명절에도 이들의 유해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부산일보〉 보도에 나온)4위에 추가로 2위의 신원(이름, 생년월일)이 우리 정부 시스템을 통해 밝혀졌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이들의 유해 봉환이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최소한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를 전제로 봉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노동자의 강제징용 자체를 부정한다. 또 피해자 이름이나 나이를 확인하더라도 유족 정보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정부는 밝혔다. 북한 쪽 유해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대북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정부가 유해 봉환을 주저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협상에 집중해 유해 봉환 사업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일본 정부에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오는 20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는 유해봉환에 대한 일본 측의 관심과 성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지형 기자 oasis@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