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안정…안방극장·영화마을 ‘명절 대목’ 풍경 달라졌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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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과 영화마을의 ‘명절 대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벽면에 이번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 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안방극장과 영화마을의 ‘명절 대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벽면에 이번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 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안방극장과 영화마을의 ‘명절 대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마다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신규 방송 가능성을 가늠했던 방송사들은 이젠 기존 방송을 내보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추세다. 명절을 최대 성수기로 꼽았던 스크린의 상황도 마찬가지. 국내외 기대작 여러 편이 개봉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에서 나흘간의 연휴를 보냈다.

■달라진 연휴 방송가 분위기

올해 추석 연휴 지상파에서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은 두 편이다. KBS 예능 ‘스포츠 골든벨’과 ‘라운드 테이블’이다. MBC와 SBS는 신규 파일럿 방송 대신 기존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특선 영화를 내보냈다.

국내 방송사들은 보통 설날과 추석 연휴 동안 2부에서 4부가량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실제로 인기 예능 ‘복면가왕’과 ‘골 때리는 그녀들’ ‘마이 리틀 텔레비전’ ‘호적메이트’ 등은 파일럿 방송으로 공개된 뒤 정규 편성을 결정한 프로그램들이다.

올 초 설 연휴만 하더라도 MBC ‘얼음과 돌의 노래 컬링 퀸즈’와 KBS ‘모던허재’ 등 각 방송사에서 신규 파일럿 방송을 선보인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와 2년 전 추석 연휴까지 범위를 넓히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지난해엔 KBS ‘이거 알아?’와 ‘전설의 배우들’ MBC ‘호적 메이트’ ‘극한데뷔 야생돌’ 등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한가위 연휴엔 MBC ‘볼빨간 라면연구소’ SBS ‘대국민 공유 레시피, 라면 당기는 시간’ ‘방콕 떼창단’ KBS ‘랜선장터-보는 날이 장날’ 등 각 방송사에서 파일럿 방송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추석 연휴엔 지상파 방송사 중 KBS만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은 파일럿 예능 ‘라운드 테이블’ 스틸 컷. KBS 제공 이번 추석 연휴엔 지상파 방송사 중 KBS만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은 파일럿 예능 ‘라운드 테이블’ 스틸 컷. KBS 제공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한 데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신규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되면서 TV 편성에 열을 올리지 않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TV 주목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며 “기존 프로그램을 방송해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하고 신규 프로그램은 TV에선 맛보기 식으로 공개한 뒤 온라인으로 본편을 공개하고 반응을 살피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명절 연휴 방송된 SBS 음악 특집쇼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 스틸 컷. SBS 제공 명절 연휴 방송된 SBS 음악 특집쇼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 스틸 컷. SBS 제공
추석 연휴 전파를 탄 KBS 다큐멘터리 ‘쇠제비갈매기의 귀향’ 스틸 컷. KBS 제공 추석 연휴 전파를 탄 KBS 다큐멘터리 ‘쇠제비갈매기의 귀향’ 스틸 컷. KBS 제공

대신 음악과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계속 기획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SBS는 음악 특집쇼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를 편성했고, MBC는 ‘복면가왕’을 특집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KBS에선 ‘국악 동요 대회’와 ‘라운드 테이블’ 등을 방송했다. 스포츠 프로그램은 KBS ‘추석장사씨름대회’와 MBC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가 있었다.

■차분한 영화마을…OTT ‘수리남’ 웃었다

추석 극장가 역시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이번 명절 연휴를 보냈다. 올해 연휴엔 현빈·유해진 주연의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 한 편이 스크린에서 관객을 맞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여러 편 출격해 관객의 표심을 두고 경쟁하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연휴 시작 이틀 전인 지난 7일 개봉한 ‘공조2’는 연휴 기간 관객 209만 8000여 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은 300만 명이다. 지난달 말 개봉한 고경표·이이경 주연 ‘육사오’는 사흘간 30만 4000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안방극장과 영화마을의 ‘명절 대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벽면에 이번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 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안방극장과 영화마을의 ‘명절 대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벽면에 이번 추석 연휴 유일한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 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번 연휴엔 충무로 대표 감독과 배우들이 뭉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이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 이번 연휴엔 충무로 대표 감독과 배우들이 뭉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이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
윤종빈 감독의 첫 OTT 시리즈인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윤종빈 감독의 첫 OTT 시리즈인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이번 연휴엔 충무로 대표 감독과 배우들이 뭉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이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지난 9일 6부작 전편을 공개한 이 작품은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12일 기준 ‘수리남’은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8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4개 지역에선 1위를 차지했다. 미국·캐나다·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33개 지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집계를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앞으로 순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암약한 한국인 마약상과 그를 잡는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작 단계부터 하정우·황정민·박해수·조우진·유연석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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