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농부의 지속 가능한 삶도 고려한 ‘상위 7% 커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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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스페셜티 커피 생산·유통 과정

페루 한 커피 농장에서 만난 커피 열매 수확 노동자 ‘체리 피커’. 페루 한 커피 농장에서 만난 커피 열매 수확 노동자 ‘체리 피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생두 직거래(다이렉트 트레이딩) 1세대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저서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국제 기준의 관능평가 점수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뜻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점수나 등급이 높은 커피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생산자(농부)가 생산한 커피가 소비자에게 닿을 때까지 추적 가능성, 투명성, 지속 가능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무엇보다 스페셜티 커피에는 소비자가 제값을 커피 가격으로 지불함으로써 온당한 몫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생산자가 더 나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치 사슬을 만드는 ‘휴먼 밸류(인간적 가치)’가 반영돼 있다.


‘줄따기’서 ‘한 알씩’ 수확 방식도 바꿔

여름 수확 생두, 겨울에 부산항 도착


보통 페루에서는 3~9월에 커피를 수확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수확은 ‘줄 따기(striping)’ 방식에서 ‘손 따기(hand picking)’ 방식으로 바뀌었다. 잘 익은 열매만 골라서 일일이 열매 하나씩 따는 방식이다. 산등성이를 타고 심은 커피나무에서 일일이 사람이 열매를 확인하고 따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은 더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만큼 더 좋은 품질의 커피 열매를 확보할 수 있다.

같은 농장이라도 커피나무를 심은 위치에 따라 환경이 다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랏(micro lot)’으로 농장을 나눠 관리하고 마이크로 랏별로 다른 품질의 커피가 나오기 때문에, 같은 농장 안에서도 랏별로 커피 가격과 맛이 다르다.

수확한 커피는 크게는 2~3가지 과정으로 가공한다. 커피 열매를 따자마자 그대로 건조하는 ‘내추럴’, 커피 열매를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 내고 물로 과육과 점액질을 다 씻어내고 말리는 ‘워시드’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껍질을 벗겨 내고 과육만 제거하고 점액질은 두고 말리는 다양한 형태의 ‘허니 프로세스’ 가공법도 등장했다. 최근 5년 사이 스페셜티 커피 생산자들은 이 과정에서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무산소 발효, 미생물 발효 등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건조 시간도 자연환경과 농장에 따라 7~40일까지 소요된다. 수확부터 건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을 거친 뒤 완성된 커피 생두(그린빈)는 소비국의 바이어를 통해 컨테이너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팔려 나간다. 페루에서 6월에 수확한 커피 열매는 가공과 선적, 통관 과정까지 거치면 약 4~6개월 뒤 부산항에 입항한다. 여름에 수확한 페루 생두는 겨울에 부산항에 도착, 로스팅 과정을 거쳐 커피 한 잔으로 재탄생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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