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할 시기, 버리기 전에 새로 사기 전에 지구 생각하기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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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의류 1000억 벌 만들어지고 330억 벌 버려져
친환경 소재 의류, 오래 입기, 중고 거래 등 주목


옷을 만들고 세탁하고 버리는 모든 과정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옷을 만들고 세탁하고 버리는 모든 과정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 환절기에 하는 일 중 하나는 옷 정리. 반팔 옷은 깊숙이 들어가고 긴팔 옷이 앞으로 나올 때다. 이렇게 계절마다 해마다 옷장을 정리할 때 고민에 싸이곤 한다. 낡은 것 같고 지겨운데 버릴까? 마땅히 입을 게 없는데 몇 벌 새로 살까?


■매년 버려지는 옷들은 어디로 갈까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는 ‘쓰레기 산’이 있다. 세계 각국이 버린 헌 옷들이다. 칠레는 중고 의류의 허브라 불리는 곳으로, 매년 약 5만 9000t의 옷이 칠레로 흘러 들어간다. 그중 일부는 의류 상인에게 넘어가지만 약 3만 9000t은 사막에 버려진다. 이 ‘헌 옷 산’은 빠르게 만들고 저렴하게 사서 입고 쉽게 버리는 저가 의류 ‘패스트 패션’의 이면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330억 벌이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화학 처리가 돼 있어 수백 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고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 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재활용 분리배출로 버려지는 ‘폐의류’만 해도 한 해 8만t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매년 30만t가량의 헌옷을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5위 수출국이다. ‘헌 옷 산’에 한국발 의류도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2018년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유엔 협력’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폐수 배출량 중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탄소 배출량은 10%에 달한다.

현재 생산되는 옷의 60% 이상은 플라스틱인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합성섬유 옷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안고 있다. 옷 한 벌을 세탁할 때 빠져나가는 미세 플라스틱은 70만 개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바닷속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000L가 필요하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000L가 필요하다.

■싼 옷 뒤에는 싼 인건비가 있다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물은 얼마나 필요할까.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말하는 답은 7000L이다. 이는 4인 가족이 약 6일 동안 쓸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청바지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워싱은 더 많은 오염을 야기한다. 거친 원단에 약품을 바르고, 긁고, 세탁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라이어슨 대학교 패션 스쿨의 교수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는 책 <패션의 흑역사>에서 청바지의 어두운 이면을 말한다. ‘세계의 데님 생산 수도라 할 수 있는 중국 광저우의 신탕 지구에서는 매년 2억 벌의 데님을 생산하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오수는 이 지역에 흐르는 주강을 어두운 파랑, 심지어 검은색으로 물들인다. (…)제조사들은 청바지의 염색을 부분적 혹은 줄무늬 모양으로 제거하여 오래 입어서 생기는 독특한 패턴과 멋스러운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기법 중에서는 청바지를 사포로 문지르고 표백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천식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싼 옷값 뒤에는 노동 착취 문제가 있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사바르라는 도시의 건물 ‘라나 플라자’가 무너졌다. 라나 플라자는 패스트 패션 회사들의 공장이 모인 곳이었다. 사고 전날 붕괴 조짐이 보였지만 공장주는 계속 옷을 만들게 했다. 노동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고, 결국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노동자 1129명이 죽고 2500여 명이 다쳤다. 당시 라나 플라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은 38달러에 불과했다. 지금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값싸게’ 옷을 만들고 있다.


■패션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옷 입기

가치 소비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 에코 패션, 슬로 패션, 컨셔스 패션 등으로 불리는 착한 패션이 부상하고 있는 것.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 스텔라 매카트니는 ‘친환경 패션’의 선두주자다. <환경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패션 이야기>(정유리 지음)에 따르면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의 가죽·깃털·모피를 사용하지 않기, 동물 실험 하지 않기, 수생 생물을 해치는 염색 기법 쓰지 않기, 아동을 강제로 일하게 하는 나라에서 만든 면을 쓰지 않기 등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재활용 소재를 적극 사용하고, 자신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쓰레기 산에서 광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

최근 패션 업계는 석유계 합성소재 대신 옥수수, 파인애플, 대나무, 선인장 등을 활용한 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재생 균사로 만드는 마일로 원단, 100% 오가닉 코튼, 버려진 페트병을 가공한 원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의류는 세탁 때 미세 플라스틱이 유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이미 옷장에 있는 옷이다.” 영국 비영리단체 ‘패션 레볼루션’의 공동 설립자인 오르솔라 데 카스트로의 말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은 단연 오래 입기이다. 체형과 취향이 변해 더 이상 입기가 어렵다면 중고 거래가 다음 대안이다. 중고 옷을 사면 새 옷을 사는 것보다 탄소 배출량이 82% 줄어든다. 최근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빈티지 의류숍 등을 통해 안 입는 옷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N차 신상’이 힙한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N차 신상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21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은 것으로, 여러 차례(N차) 거래되더라도 신상품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지구를 살리는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이끌고 있는 변화이다. 소비자가 똑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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