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가시티의 꿈’,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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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사회부 행정팀장

부울경특별연합 향한 오해 많아
3개 시·도, 이견 딛고 정상 추진해야
정부 ‘지방 시대’ 마중물 역할해야
스스로 만든 기회 걷어차선 안 돼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특별연합)을 불필요한 ‘옥상옥’이나 ‘공룡 조직’으로 치부하는 시각은 오해나 지나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성과가 입증된다면 부울경특별연합의 기능과 권한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정상 추진될 경우 내년 1월 직원 140여 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사무개시에 들어간다. 1개 기초지자체보다 작다.

대표성도 기존 자치단체에 못 미친다. 부울경 3개 시·도와 시·도의회는 직접선거를 거친 선출직이 대표하지만 부울경특별연합은 간선 혹은 호선 대표들이 맡는다. 이들이 선출직 주민 대표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넘어서기는 어려우며, 그나마 3개 시·도나 시·도의회 대표들이 겸직을 하는 구조다.


기능적으로도 부울경특별연합 사무는 엄격히 제한된다. 기존 광역지자체들이 맡던 18개 사무와 중앙 정부에서 이양받은 3개 사무만 가능하다. 재정 문제는 부울경특별연합 기능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 중앙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산은 3개 시·도가 부담해야 한다. 3개 시·도 합의나 허락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당장 경남과 울산이 재검토하겠다고 한 후로 내년 사무개시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되지 않았나.

부울경특별연합은 실무적이고 기능적인 기구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특별연합 사무는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한 일들로만 선정됐고, 3개 시·도 파견 공무원들이 일 처리를 맡는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3개 시·도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거나 갈등이 유발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3개 시·도의 이해를 넘어서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오해와 우려를 딛고 부울경특별연합을 한시바삐 출발시켜야 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을 넘어 국토균형발전으로 나아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과거 정부들도 균형발전 노력을 펼쳤으나 정권교체를 이룬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지방 시대’를 공식 천명하고 대표 정책으로 삼았다. 어느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든지 관계없이 현재로선 국토 여러 곳에 거점 지역을 두는 다극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룰 유일한 정책 대안인 셈이다.

그 방식도 차별화했다. 과거에는 정부가 사업을 정하고 지자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정부는 지방이 먼저 계획을 잡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방이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지방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실질적 대책도 나오고 있다. 전국 각지의 메가시티 구축 움직임은 이런 정부 정책에 맞춰 변화를 이루겠다는 지방의 몸부림으로 읽힌다. 부산의 경우에는 산업은행 이전 같은 별도 지원도 진행된다. 이는 부산만 아니라 부울경 전체를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복안이다.

이런 중앙 정부의 권한·기능 이양 의지는 고무적인 일이다. 동시에 지방의 위기가 막다른 길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2010년 특별지자체인 광역연합을 만든 일본 간사이 지방은 장기간 다양한 형태의 광역 협력 사업을 펼쳤지만 중앙 정부 권한 이양만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지속적인 요구 끝에 문화청 이전이라는 성과를 어렵사리 따냈을 뿐이다. 간사이 지역은 광역연합을 결성한 덕분에 이런 성과라도 거뒀지만 일본 다른 지역에는 정부 기관 이전이 추진되는 곳이 없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권한 이양을 약속한 판이니 지방에는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특별연합 출범 단계까지 이른 부울경이 가장 큰 수혜를 따낼 수 있는 선두주자라고 볼 수 있다. 부울경특별연합의 성공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내세운 정부도 바라는 바다. 이런 기회는 그저 주어진 것도 아니다. 부울경이 일찍부터 메가시티 논의를 시작했고,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특별연합 출범을 이뤄내며 스스로 잡아낸 기회다.

정작 기회는 왔지만 부울경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수개월째 특별연합 추진이 멈춰버렸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지지하는 많은 연구자, 공직자가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울산과 경남을 몰아붙이거나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울경특별연합이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부울경이 아직 메가시티로 갈 준비가 안 됐다고 자조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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