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교육부 장관 낙마에 부산대병원장 임명 ‘차일피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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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정주 전 병원장 퇴임 후
추천권자 교육부 장관 공석 탓
반년 가까이 대행체제로 운영
부울경 공공의료 차질 우려
임단협 등 내부 현안 산적
서울대병원도 인선 대기 중

교육부 장관 공석으로 반년 가까이 병원장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교육부 장관 공석으로 반년 가까이 병원장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국립대병원장 인사에 관여하는 교육부 장관 공석이 길어지면서 부산대, 서울대 등 일부 대학병원장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 공공의료기관 중심 역할을 하는 부산대병원의 수장이 반년 가까이 공석이라 보건 의료 사업 진행 차질은 물론 지역 방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부산대병원 등에 따르면 올 4월 이정주 전 부산대병원장 퇴임 이후 병원장 자리는 반년 가까이 공석이다. 앞서 부산대병원은 이 전 병원장 임기 만료 전인 올 3월에 김영대 흉부외과 교수와 같은 과 정성운 교수 2명을 최종 후보로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부산대병원은 진료처장인 정성운 교수가 병원장 직무를 대신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 공석이 길어지면서 부산대병원장 인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국립대병원장은 공모에 신청한 후보를 이사회에서 투표한 뒤 2명으로 압축해 교육부에 추천하면,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국립대병원은 국비를 지원받는 대학이라는 이유로 교육부가 인사권을 갖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와 부산대병원장 임명 시기가 맞물리면서 새 정부 출범 직후 신임 병원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교육부 장관이 연이어 사퇴하면서 임명은 미뤄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장 공백으로 인해 병원 진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조직 운영 등을 위해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남권 대표 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 기관장의 오랜 부재로 감염병 대응, 보건 의료 사업 추진 등 공공의료 업무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은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조직으로, 이를 책임지고 운영해나갈 병원장이라는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며 “보건 의료 정책처럼 국립대병원장이 이끌어가야 할 업무가 많은데 이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장이 부재하다는 건 공공의료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산대병원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조직이다. 당면 과제들의 결정권을 쥔 병원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문미철 부산대병원지부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인력 문제와 임단협 교섭, 비정규직 해결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병원 측은 병원장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며 “병원장 인선이 하루빨리 마무리돼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도 신임 병원장 인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대병원장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후보 제청은 병원 이사회 추천을 받아 교육부 장관이 하게 된다. 교육부 장관 자리가 비어있으면 서울대병원장 임명도 미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달 10일 최종 후보에 추천된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와 서울시 보라매병원 외과 정승용 교수가 한 달 넘게 대통령 지명을 기다리고 있다. 전임 원장은 임기가 끝났지만 신임 병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이어서 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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