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선 우파연합 승리… 유럽 ‘극우 바람’ 심상찮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집권 중도연합 초박빙 열세 전망
안데르손 총리 패배 인정 사퇴 선언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극우 약진
“극우 정당 부상은 푸틴에 반사이익”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정치권에 부는 ‘극우 바람’이 심상치 않다. 평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스웨덴에서조차 극우 정당이 포함된 우파연합의 총선 승리가 확실시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폭등, 사회적 불안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주말 실시된 총선에서 우파연합은 349개 의석 중 과반인 176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표가 조금 남아있지만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은 173석이 예상된다. 우파연합 승리로 차기 총리는 울프 크리스텐손 중도당 대표가 유력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했다. 14일 기준 스웨덴민주당은 20.6%를 득표해 우파연합의 중심이던 중도당(19.1%)을 앞섰다. 우파연합의 최대 의석 정당이자 사민당(30.4%)에 이어 원내 제2정당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민주당은 설립자 중 일부가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반이민, 백인우월주의 등 극우적 성향으로 그간 주요 정당으로부터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극단주의자들을 당에서 축출하면서 주류에 접근했고, 총격 사건 등 불안정한 치안 상황을 반이민 정책과 연계시키면서 지지층을 넓혔다.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다시 스웨덴을 위대하게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스웨덴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세력의 약진은 눈에 띈다. 반이민, 반유럽연합 등을 내세운 이탈리아형제들(FdI)도 곧 치러질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조르자 멜로니 FdI 당수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상황이다. 프랑스도 지난 6월 총선에서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을 제치고 우파 1당이 됐다.

극우 정당의 약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 난민 증가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 상황에 따라 경제 안보 등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자국 위주의 정책이 어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 정치권의 극우 바람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사설을 통해 “극우 정당들의 부상은 유럽의 단결을 해쳐 푸틴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안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