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합의, 정부 바뀌어도 마땅히 이행”… 퇴임 후 첫 윤 정부 비판 발언 ‘관심’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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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등 자신의 재임 기간 체결한 남북 합의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차별화, 이에 맞선 북한의 핵도발 위협 고조로 이전 합의들이 형해화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를 하루 앞둔 18일 공개된 서면 축사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올 5월 퇴임 이후 공식적으로 현안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침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진보 정부를 통틀어 결실을 본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6일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사실을 전하면서 “최근 정치상황에 대통령의 우려와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라고 적었다. 전언이긴 하지만, 퇴임 후 현안과 관련한 첫 언급을 내놓은 날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두고 윤 대통령이 “참 개탄스럽다”며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 정부에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정치적인 쇼’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터뷰 발언을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정치적인 쇼’라고 해왔다는(has called) 내용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NYT가 소개한 것이지, 이번 인터뷰에서 직접 나온 이야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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